행운의 '7'이라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에게 있어 '7'은 불운한 숫자로 인식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플래그십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게이트' 악몽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돼 삼성전자 이미지가 곤두박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일 노트7의 전량 리콜을 발표했던 삼성전자는 한달동안의 시련을 잘 견뎌내고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지난 1일부터 신규 소비자에게 새 노트7을 판매하기 시작하며 대대적인 마케팅과 함께 본격적인 재출시 효과를 노렸다. 이를 통해 '폭발'하는 노트7에 대한 불안감을 서서히 지우고 삼성전자의 추락한 이미지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새 노트7마저 폭발 논란을 일으키면서 삼성전자는 난감한 처지에 몰렸다. 지난 1일 국내에서는 리콜을 통해 교환한 새 갤럭시 노트7이 폭발했다며 동영상과 사진이 함께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랐다. 이에 삼성전자는 문제의 노트7을 수거, 민간 인증 업체 한국 SGS 기흥시험소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종합인증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인 분석을 맡겼다. 조사결과 모두 외부에서 물리적인 힘이 작용했고 이것이 배터리 내부 발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내용의 결론이 나왔다. 새 노트7 폭발을 주장한 소비자가 블랙컨슈머 논란의 여지는 남겼지만 삼성전자로서는 다행스런 결과였다.
이런 가운데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5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로 출발하려던 사우스웨스트항공 994편 여객기가 이륙 10여분을 남기고 승객 75명을 대피시키는 소동을 벌였다. 이 소동의 원인은 스마트폰 폭발이었다. 한 탑승자가 가지고 탄 스마트폰이 발화하면서 연기를 내뿜었는데 그 스마트폰이 바로 노트7이었다.
이는 IT 전문 '더 버지'가 스마트폰의 주인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드러났다. 기사에 따르면 노트7 주인은 승무원의 요구에 따라 노트7 전원을 끈 후 주머니에 넣을 때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어 노트7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회색과 녹색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왔다.
문제는 이 노트7이 2주전 리콜 후 교환받은 새 노트7이란 점이다. 배터리도 문제가 없다는 인증을 받았다. 이 새 노트7은 배터리 용량이 80% 정도였고 교환 후 줄곧 무선충전기만 사용했다고 새 노트7 사용자는 밝히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북미 담당은 "우리가 기기를 조사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사건이 새 노트7이 포함된 사건이란 것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현재 당국, 사우스웨스트와 협력하고 있으며 장치를 복구해 원인을 확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일단 우리가 기기를 조사하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현재는 미국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까지 나섰다. 엘리엇 케이 CPSC 의장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이고 있다. 다행히 보고서에는 모든 승객이 피해없이 비행기에서 빠져나온 것으로 돼있다. 직원이 이미 연방항공청(FAA)와 삼성에 연락을 취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고 밝혔다.
이번 새 노트7의 폭발은 삼성전자에는 여러 면에서 좋지 않은 타이밍이다.
우선 앞서 "외부의 물리적인 힘 때문"으로 결론 내려진 국내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곧 삼성전자 기업 신뢰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리콜 사태에 따른 악재가 있었지만 반도체 등 다른 사업의 호조로 실적이 선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던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새 노트7 폭발로 인해 우려스런 흐름으로 바뀔 수 있다. 이는 곧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비행기 폭발 전날인 지난 4일에는 구글이 직접 제작한 픽셀과 픽셀 XL을 출시했다. 이는 곧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제공하던 파트너 구글이 삼성전자와 직접적인 경쟁자 관계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드로이드계 선두주자 삼성전자로서는 구글의 픽셀이 반가울 리 만무하다.
삼성전자는 7일 노트7 블랙오닉스를 국내에 출시한다. 블랙오닉스는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이폰7의 블랙 색상(제트블랙, 블랙)을 견제하기 위해 내놓는 모델이다. 그러나 이번 폭발로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렇듯 삼성전자로서는 이래저래 좋지 않은 악재가 한 번에 겹쳤다. 절묘한(?) 타이밍이다. 결국 이번 조사결과가 삼성전자의 이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노트7은 폭발에 가려졌지만 또 다른 문제점도 보고 되고 있다. 새 노트7에서 배터리 잔량이 급격하게 10% 이하로 떨어지고 발열이 발생하는가 하면 배터리 소모도 빨라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letmeout@osen.co.kr
[사진] 위는 지난 1일 한 소비자가 교환한 새 갤럭시 노트7에서도 발화가 발생했다며 올린 커뮤니티 캡처, 아래는 새 갤럭시 노트7이 기내에서 폭발해 대피 소동을 벌인 사우스웨스트항공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