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의 불운’ 켈리, 10승-타이틀 불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07 06: 41

200이닝에도 10승 불발, 역대 세 번째 사례
등판 취소로 탈삼진 타이틀도 도전 실패
열심히 던졌고, 또 잘 던졌다. 그러나 10승과 타이틀은 인연이 없었다. SK 2년차 외국인 투수 메릴 켈리(28)가 역대급으로 불운한 시즌을 보냈다. 200이닝을 던지고도 10승에 이르지 못한 역대 세 번째 투수로 기록됐다.

5일부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최종 좌절된 6위 SK는 6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2-4 패)와의 경기에서 박종훈을 선발로 투입했다. 당초 이날 선발은 켈리로 예정되어 있었고 그에 맞춰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마당에 굳이 켈리를 등판시킬 이유가 없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200이닝 이상을 던진 상황에서 더 무리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SK는 8일 인천에서 삼성과의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전병두의 은퇴 행사가 준비되어 있는 가운데 켈리는 이날도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포스트시즌 탈락과 함께 켈리도 시즌의 문이 닫힌 셈이다. 이로써 켈리의 올 시즌 성적은 31경기에서 200⅓이닝을 던지며 9승8패 평균자책점 3.68이 됐다. SK에서 200이닝 투수가 나온 것은 2001년 이승호(220⅔이닝), 2001년 에르난데스(233⅔이닝)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타고투저의 광풍에서 3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은 분명 ‘A급’이다. 여기에 31경기에서 20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적어도 ‘9승’보다는 더 많은 승리를 따낼 자격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초반에는 유독 켈리만 등판하면 타선이 터지지 않았고, 중반 이후에는 켈리와 타선이 엇박자를 내며 승수 쌓기가 더뎠다. 마지막 3경기에서는 모두 6⅔이닝 이상, 3실점 이하로 버텼으나 단 1승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 등판이 취소되면서 끝내 10승 달성에 실패한 켈리는 200이닝 이상을 던지고도 10승을 따내지 못한 역대 세 번째 비운의 투수가 됐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 불운의 첫 선수는 최동원이었다. 1983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최동원은 그해 38경기에서 208⅔이닝을 던졌으나 9승16패4세이브 평균자책점 2.89에 머물렀다.
두 번째 투수도 역시 롯데에서 나왔다. 역시 ‘데뷔 시즌’이었던 김청수는 1989년 210⅓이닝을 던졌지만 7승15패5세이브 평균자책점 3.38로 10승과 거리가 있었다. 2000년대 이후 200이닝 이상 소화 투수가 뚜렷하게 줄어드는 추세에서 켈리는 27년 만에 이 불운의 기록을 달성한 선수로 역사에 남은 것이다.
한편 마지막 등판 불발로 탈삼진 타이틀 도전도 물건너갔다. 6일까지 리그 탈삼진 1위는 마이클 보우덴(두산)으로 155개, 그리고 2위가 152개의 켈리였다. 켈리가 한 차례 더 등판하면 뒤집을 수도 있는 차이였지만 그 기회는 오지 않았다. 켈리는 시즌 종료 후 출국해 미국에서 향후 거취를 생각할 예정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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