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이대은, WBC 뜨거운 감자로 부상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07 06: 41

1차 엔트리 승선, 군 문제에 합류 불투명
예외규정 생겨야 길 열려, KBO도 고민
내년 3월 열릴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향한 국가대표팀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다만 시작부터 논란은 있다. 오승환(34·세인트루이스)의 차출 여부로 시끄럽더니, 이번에는 이대은(27·전 지바 롯데)의 향후 거취가 화제로 떠올랐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기술위원장 겸업)은 6일 50명의 대표팀 1차 엔트리를 발표했다. 오승환이 제외된 가운데, 메이저리거 5명(이대호 추신수 박병호 강정호 김현수)이 포함됐다. 성적이 좋아도 대표팀에 들어가지 못한 몇몇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비교적 무난한 선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가장 큰 화두는 이대은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대은은 지난해 11월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주최 ‘프리미어12’에서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대표팀이 초대 대회 우승을 차지하는 데 한 몫을 거들었다. 그러나 WBC를 앞두고는 문제가 생겼다. 군 복무를 앞두고 있다. 이대은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바 롯데와의 계약을 마치고 귀국한 상황인데 규정이 복잡하다.
신일고를 졸업한 이대은은 2008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그러나 트리플A 무대까지만 올라갔을 뿐,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2015년 지바 롯데로 건너갔다. 야구규약 107조 2항에 따르면, 아마추어 신분으로 외국 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는 최종 소속팀과의 계약이 만료된 시점으로부터 2년 뒤 KBO 리그 구단에 입단할 수 있다. 이대은이 한국이 아닌, 일본으로 간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에 위기를 느꼈던 1999년 만들어진 조약이다. 여기에 올해에는 “KBO 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가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단했을 경우 퓨처스리그에 나설 수 없다”라는 조항을 신설해 규제가 더 빡빡해졌다. 이대은은 이 족쇄에 걸려 있다. 경찰야구단 전형이 끝난 상황에서 마지막 카드는 상무 입대인데, 상무로서는 뛸 수도 없는 선수를 선발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만약 이대은이 상무에도 들어가지 못하면 남는 선택지는 현역 복무 하나 뿐이다. 이 경우 WBC 출전은 불가능하다. 여론은 갈린다. “선수도 규정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해외에 나간 만큼 책임도 선수의 몫”이라는 원칙론이 있는가하면, “지난 프리미어12에서 국위 선양에 힘쓴 공로를 인정해 예외로 둬야 한다”라는 반론도 거세다.
KBO도 난감한 상황이다. 일단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내심 이대은이 ‘예외 규정’의 구제를 받아 상무에 입대한 뒤, WBC에도 출전하길 바라고 있다. 우완 선발진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이대은이 있고 없고는 차이가 날 수 있다. 프로 입단 제한은 그대로 두더라도, 퓨처스리그 출전은 풀어주길 바라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사회가 움직여야 한다. KBO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이사회는 구단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곳이다. 각 팀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이런 논의가 없었다. 서로 생각을 나누면서 의견을 조율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라면서 “퓨처스리그 금지 조항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다시 바꾸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예외 조항을 두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고 해도 ‘어디까지를 예외로 두느냐’의 문제는 굉장히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무 입단 지원서 접수는 17일까지고 31일 신체검사와 테스트가 진행된다. 그 후 11월 말쯤 결과가 나온다. 이대은을 구제하기로 결정한다면 적어도 열흘 안에 결론이 나야 한다는 의미다. 이대은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도 이 열흘 사이에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공산이 크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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