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아닌 숙제 된 영화제 …개막식 조차 조용했다[21th BIFF]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10.07 07: 32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하루빨리 제모습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태풍 차바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기 하루 전, 비프빌리지에 마련된 야외무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처참하게 무너진 야외무대의 잔해 만이 야외무대가 있었던 자리를 짐작케 한다. 
거센 태풍이 휩쓸고 간 비프빌리지의 초라한 모습이 부산국제영화제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현재 내부 분열과 제정 난, 영화인들의 외면으로 존폐의 기로에 놓인 위기의 부산국제영화제는 과거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라 불렸던 옛 영광을 재현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듯 보인다. 

과거 영화인들의 축제라 불렸던 부산국제영화제였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영화인들과 시네필에겐 즐거운 축제를 즐기는 것 대신 무거운 숙제만 가득 안고 돌아갈 예정이다. 열흘간의 영화제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또한 이러한 영화제의 분위기를 대변하듯 무겁고 조용한 분위기로 막을 열었다.
6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와 개막식이 진행됐다. 이날 개막식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강수연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개막작 '춘몽'의 장률 감독, 주연배우 양익준, 한예리와 개막식 사회자 한효주, 설경구를 비롯한 샤이니 민호, 이엘, 박소담, 김보성, 배종옥 등이 참석했다. 
올해 개막식 행사가 다른 해와 다른 점 중 하나는 국내 영화인보다 국외 영화인들의 비율이 더 많다는 것. 이유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해외 스타들의 관심이 높아진 부분도 있지만, 지난해 '다이빙벨' 상영으로 영화제 측이 부산시와 갈등을 겪으며 올해 국내 영화인들이 대거 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국외 영화인들의 참석비율이 높아진 것도 있다. 거기에 태풍의 영향 또한 영화제의 분위기를 한층 가라앉게 했다.
올해 영화제의 잡음과 태풍의 피해는 레드카펫 드레스 패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배우들은 차분한 디자인과 색감의 드레스를 선택해 최대한 단순한 느낌을 지향했으며 화려하거나 섹시한 콘셉트는 되도록 피하고자 했다.
의미 있는 말로 눈길을 끈 이들도 있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설경구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21회째다. 어려움 속에 어렵게 시작하게 됐는데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격려해달라"며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 응원 많이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의리남' 김보성은 "대한민국을 떠나 세계적인 영화제로 여겨지는 부산국제영화제다. 이럴 때일수록 의리로서 응원해주시길 바라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익준 감독 또한 "영화를 만들 때 자율성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덧붙으며 배종옥은 최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수해 피해를 입은 이들을 다독였다. 
마치 태풍의 눈 속에서 잠시나마 고요함을 즐긴 것 같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식이 마무리 됐다. 10일 중 단 하루의 일정이 이제 막 지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가 나머지 9일간의 일정을 알찬 영화축제로 꾸밀 수 있을까. 첫 날부터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에게 축제 대신 숙제를 남겼다. /sjy0401@osen.co.kr
[사진]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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