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해결책은 이미 증명됐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축구 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서 카타르에 3-2로 역전승을 챙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승 1무를 기록하며 월드컵 출전권 획득을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짜릿한 역전승을 챙겼지만 부담은 컸다. 홍정호는 2장의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고 수비진의 어려움은 계속됐다. 기성용의 선제골이 터지면서 기선제압은 성공했지만 공격진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판단하기 어려웠다.
▲ 선제골 약속은 지켰다.
기성용의 벼락같은 슈팅이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선제골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상대가 침대축구를 펼칠 것이라는 말이었다.
카타르에서 수년간 지도자 생활을 펼쳤던 슈틸리케 감독은 상대에 대해 오히려 정보가 부족해 보였다. 선제골을 넣은 후 공격을 펼쳤지만 카타르는 자신들의 축구를 펼쳤다.
세바스티안 소리아를 중심으로 호드리고 타바타와 하산 알 하이도스가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3명의 공격수를 앞세운 카타르는 자신들의 플레이를 펼치며 한국 수비진을 괴롭혔다.
소리아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대단했다. 이란-우즈베키스탄과 경기서 제 몫을 해내지 못했던 소이라는 홍철이 버티고 있는 왼쪽 수비진을 적극적으로 파고 들었다. 홍철이 공격에 나서면서 생긴 공간을 차지했고 중앙까지 돌파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무기력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3명의 선수들은 단순하게 막아야 했다. 공격을 펼치는 루트가 큰 변화가 없었고 역습을 통해 펼쳐지는 공격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측면이 무너지면서 중앙 수비진까지 서둘렀다. 오른쪽 수비수 장현수는 중앙 수비수의 플레이를 측면에서 펼치면서 부담이 생겼다.
▲ 가장 확실한 무기는 단순함.
전반서 활발하게 움직였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고 2골을 내주며 리드를 당했다. 최하위이며 무득점-3실점을 기록하던 카타르를 상대로 전반서 멀티골을 허용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단순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김신욱이었다. 이미 아시아권에서 증명된 김신욱의 능력을 이용하기 위해 투입했다.
최종예선서도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성용을 전진배치 시켰지만 측면 돌파에 이어 문전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석현준은 돌파에 더 적극적이었고 김신욱처럼 문전에서 버티지 않았다.
반면 김신욱은 전북에서 보여줬던 헌신적인 플레이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플레이였다.
지동원의 동점골 상황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왼쪽에서 길게 연결된 크로스를 김신욱은 머리로 떨궜다. 장신의 김신욱의 헤딩을 카타르 수비진은 제대로 걷어내지 못했다. 그 후 지동원에게 연결됐고 동점골이 터졌다.
전북에서도 김신욱은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대표팀에서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김신욱은 "전북에서 했던 것과 같은 플레이를 펼쳤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장점을 굳이 후반에 이용한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승리는 거뒀지만 이미 증명된 사실은 분명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