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상황인만큼 벤치의 판단도 기민했다. LG 트윈스가 팀의 4위 확정과 선발 투수의 승리 모두 챙기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LG 트윈스는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4-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LG는 4위를 확정지었다.
LG로서는 4위 확정을 위해 사활이 걸린 경기였다. 5위 KIA와는 반 경기차의 살얼름판 승부. LG로서는 4위에 안심할 수 없었고, 자칫 와일드카드의 이점을 뺏길 수 있는 처지였다. 오는 8일 최종전이 남아있었지만 선두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다. 이날 패하면 LG로서도 4위를 놓칠 수 있는 상황.
이날 선발 투수는 핸리 소사였다. 다소 기복이 있었기에 안심할 수 없었다. 다만 소사는 이날 경기에 3년 연속 10승 기록이 달려있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여차하면 불펜 총력전을 시사했다. 양 감독은 "선발 소사가 조금만 흔들린다면 바로 내릴 것이다"고 말했다.
일단 소사는 초반 흔들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3회 1사까지 퍼펙트로 막아냈고, 3회말 수비진의 아쉬운 플레이들로 인한 출루와 적시타로 1실점 했지만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소사는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고 선두타자 전준우를 3루수 땅볼로 처리했다. 하지만 1사후 김문호에 안타를 내줬다. 양상문 감독은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소사의 투구수가 82개 밖에 되지 않았다. 선발 투수의 자존심이 걸려있긴 했지만 팀이 우선이었다. 롯데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불펜을 가동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단 소사의 승리 투수 요건은 갖춰진 상황. 양상문 감독은 직접 마운드에 올라 소사를 다독이며 투수 교체를 진행했다.
그리고 LG 벤치의 기민한 승부수는 적중했다. 좌타자 손아섭을 상대하기 위한 원포인트 좌완 진해수는 손아섭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진해수에 이어 LG는 다시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우규민은 황재균에 안타를 내줘 2사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박헌도를 삼진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아내고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LG는 불펜 총력전을 통해 2점의 리드를 지켰다. 7회 우규민이 볼넷 2개로 1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필승조 김지용이 마운드에 올라 김준태를 삼진, 전준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다시 한 번 위기를 극복했다.
LG는 8회와 9회 역시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같은 시각, 광주에서는 KIA가 삼성에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LG는 4위 확정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아울러 소사의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도 동시에 따내며 선발 투수의 자존심도 세워줄 수 있었다. LG로서는 모든 조건들을 만족시키는 기분 좋은 밤을 만들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