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 유희관(30·두산)이 WBC 예비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태극마크가 또 그를 외면했다.
KBO는 6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비 엔트리 명단 50명을 발표했다. 해외파 6명을 포함해 '한국에서 야구를 잘한다' 싶은 선수들은 거의 다 엔트리에 들었다. 그러나 이번 엔트리에서도 유희관의 이름은 없었다.
왼손 선발투수로는 김광현(SK) 양현종(KIA) 차우찬(삼성) 장원준(두산) 4명이 들어갔고, 왼손 구원투수로는 이현승(두산) 박희수(SK) 정우람(한화)이 포함됐다. 선발과 구원 어느 쪽에도 유희관의 이름을 볼 수 없었다. 예빈 엔트리부터 탈락의 쓴잔을 들이켰다.
유희관은 올 시즌 30경기에서 185⅔이닝을 던지며 15승6패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 중이다. 최강 두산 선발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기여했다. 올 시즌뿐만이 아니라 2013년(10승)을 시작으로 2014년(12승)·2015년(18승) 포함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꾸준하게 활약하고 있다. 130km대 초반 느린 공에도 불구하고 핀 제구력과 체인지업·커브 등 변화구를 활용하며 4년째 정상급 선발로 활약 중이다.
그러나 매번 국가대표팀은 그를 외면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에 이어 2017년 WBC까지 3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특히 지난해 18승을 올리고도 프리미어12에 포함되지 않은 데 이어 관심을 모았던 WBC 승선에도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엔트리 탈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왼손 선발투수로는 김광현·양현종·차우찬·장원준처럼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정상급 투수들이 있다. 여기에 유희관의 구속과 구위가 국제대회에서 외인타자들을 상대로 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다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유희관의 느린공이 국제대회에서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 한 팬들이 많았지만 적어도 WBC에선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내심 태극마크를 기대한 유희관으로서도 적잖게 아쉬움이 남는 엔트리 탈락이 아닐 수 없다.
유희관 외에도 KBO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하고 있는 1루수 구자욱(삼성) 2루수 박경수(kt) 유격수 오지환(LG) 외야수 박건우(두산)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구자욱은 106경기 타율 3할4푼7리 14홈런 77타점 OPS .975, 박경수는 119경기 타율 3할1푼6리 20홈런 78타점 OPS .942, 오지환은 119경기 타율 2할8푼 20홈런 77타점 16도루 OPS .882, 박건우는 131경기 타율 3할3푼5리 20홈런 81타점 17도루 OPS .941을 기록 중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