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다. 이 가운데 선발진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경기 흐름은 선발 투수의 활약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팀 전력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KIA와 삼성의 올 시즌 운명이 엇갈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KIA는 헥터 노에시(15승), 양현종, 지크 스프루일(이상 10승) 등 선발진이 제 몫을 해줬다. 특히 헥터와 양현종은 200이닝 이상 소화했다. 구단 역사상 2004년 다니엘 리오스 이후 12년 만의 200이닝 투수. 김기태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대단하다. 200이닝 이상을 던지는 투수들과 시즌을 함께 할 수 있어 고맙고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현종이 운이 따르지 않아 승수가 아쉽지만 이런 선수들을 직접 보면서 경기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크게 흔들리지 않고 긴 이닝을 막아주는 투수들이라 모든 판단을 맡기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KIA는 5일 삼성을 꺾고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헥터, 양현종, 지크 등 선발 삼각편대가 정상 가동된다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듯.
반면 삼성은 올 시즌 선발진이 정상 가동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KBO 사상 첫 5인 선발 모두 10승 고지를 밟는 등 탄탄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정상에 등극했으나 윤성환과 차우찬만 10승 고지를 밟은 게 전부.
무엇보다 외국인 투수의 부진은 치명적이었다. 앨런 웹스터, 콜린 벨레스터, 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 등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었던 외국인 투수들의 승수는 6승에 불과하다. 선발 요원 1명이 6승을 해도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데 4명이서 6승을 합작했다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을 것 같다.
다승왕 출신 장원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고 잇딴 부상 속에 대체 자원을 투입하는 등 선발진이 원활하게 가동되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이 강해야 이길 수 있다. 선발이 어떻게 해서든 경기를 이끌어 가야 한다. 지난해까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선발진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두산, 넥센 등 선발진이 얼마나 잘 돌아가는가"라고 아쉬워 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