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베테랑 감독인 벅 쇼월터(60) 볼티모어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 적지 않은 감독이다. 아무래도 감독보다는 선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 시선에서 때로는 논란도 있었다. 올 시즌 김현수(28·볼티모어)의 출전 시간이 대표적이다. 설왕설래가 많았다.
좋은 성적임에도 출전 기회가 적다는 분석이었다. 이는 우리 팬들은 물론 현지 언론에서도 공히 인정하는 바였다. 스프링캠프 당시의 부진으로 마이너리그행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김현수는 시즌 초반 거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4월 말부터 실력을 증명하고 팀의 주전으로 우뚝 섰으나 쇼월터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끝내 해제하지 않았다. 때문에 김현수의 성적은 올 시즌 ‘반쪽’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좌완을 상대로는 안타 하나가 없었다.
이런 논란에 대해 쇼월터 감독도 시즌이 마무리된 시점 홀가분하게 속내를 털어놨다. 지역 언론인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의 극적인 해피엔딩 시즌을 정리하면서 선수 기용 선발권자인 쇼월터 감독의 이야기도 같이 들었다. 쇼월터 감독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김현수에게 직접 로스터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그가 그것을 알고 있다고 당연시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현수가 올 시즌 고민 속에 눈칫밥을 먹으며 한 시즌을 보냈다는 것이다. 한 시즌을 함께한 쇼월터 감독이 이를 모를 리는 없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성적이 부진한 날 이후에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면이 보였다면서 이런 힘든 과정을 모두 이겨낸 “김현수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덧붙였다.
쇼월터 감독은 “내 생각에 그들(한국팬들을 지칭)은 김현수에 도전에 대해 모든 감정을 이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김현수가 많은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떠올리면서 “그들은 아침 8시에 우리의 경기를 보고, 김현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본다. 아마 서울에는 몇몇 내가 읽지 않아야 좋을 몇몇 헤드라인과 스토리 라인이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알다시피, 이 노감독은 그에게 확실한 자리를 주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에서는 쇼월터 감독의 선발 명단을 보고 김현수의 출전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것도 사실이다. 쇼월터 감독도 이런 논란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팀의 승리를 위해 철저히 플래툰 시스템을 가동했고 그에 따라 김현수의 출전 시간은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시즌을 완주한 김현수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한 것이다.
쇼월터 감독의 원칙은 끝까지 이어졌다. 김현수는 토론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아쉽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리고 연장 11회 타석에서 대타 놀란 라이몰드로 교체됐다. 상대 마운드에 좌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가 버티자 쇼월터 감독이 우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물론 김현수는 쇼월터 감독이 많은 배려를 해줬고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내년에는 이런 쇼월터 감독의 생각까지 바꿀 확실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