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선발진으로 보는 가을야구 기상도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0.06 06: 12

선발투수진에 따라 가을야구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 5일부로 KBO리그 포스트시즌에 나설 5개 팀이 모두 확정됐다. 이들 팀의 공통점은 올시즌 정규시즌 챔피언 두산을 비롯해, 2위 NC, 3위 넥센, 그리고 4위 LG와 5위 KIA까지. 모두 선발진을 꾸준하게 운영해왔다는 것. 결국 이들은 가을야구라는 결실을 맺었다. 선발진 평균자책점 상위 5개 팀 중 4개 팀(두산, KIA, NC, LG)가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넥센 역시 동떨어진 순위가 아닌 6위에 올랐다. 144경기로 재편된 첫 해인 지난 시즌 역시 선발 평균자책점 상위 5개 팀 중 4개 팀(NC, 삼성, 두산, SK)이 가을야구 문턱을 넘었다.
짧은기간 전력을 응축해서 쏟아부어야 하는 포스트시즌에는 모든 팀이 투수진의 총력전을 택한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자 장기전의 성격도 띄고 있다. 총력전을 한다고 하더라도 선발 투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을 경우, 경기 운영, 나아가 시리즈 자체의 운영에 애로사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을 이끈 선발진이 포스트시즌에서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요해지는 이유다.

두산은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의 '판타스틱 4' 선발진이 모두 15승 이상씩을 올렸다. 5선발은 유동적이었지만 4명의 선발 투수를 기반으로 쌓은 선발승이 무려 75승, 평균자책점은 4.12다. 지난 2000년 현대 왕조가 기록했던 KBO리그 역대 선발투수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확실한 선발 원투펀치만 있어도 다르다'는 포스트시즌에서 15승 투수 4명의 존재는 두산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두산은 한국시리즈 직행을 통해 선발진의 체력을 온전히 보존한 채 대결 상대를 기다릴 수 있다는 최고의 메리트가 있다.
2위 NC는 올해 선발진이 삐걱였다. 이태양의 승부조작 파문, 이재학 역시 같은 의혹을 받았다. 기대를 모았던 이민호는 현재 불펜으로 돌아섰다. 에릭 해커와 재크 스튜어트 외국인 선수들도 부상으로 한 차례씩 팀을 장기 이탈했다. 그래도 선발진이 쌓은 승수는 56승이고 평균자책점은 4.76으로 준수했다. 선발진 승수 2위, 선발 평균자책점 순위 3위였다. 일단 해커와 스튜어트가 시즌 막판 본궤도를 찾았다는 것이 다행스러운 점이다. 이재학도 올해 10승을 거두며 토종 선발의 몫을 해낼 준비를 마쳤다. 허나 확실한 에이스급이 없다. 해커가 부상 복귀 이후 잘해주고 있지만 앞선 2년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3경기 평균자책점 7.10이라는 것이 불안요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붙을 LG와 KIA는 일단 최고의 선발 카드를 꺼내들고 벼랑 끝 결투를 펼쳐야 한다. 선발진 매치업이 가장 중요하다. KIA의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4.74, LG는 5.24다. KIA는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의 원투펀치가 시즌을 이끌어왔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두 선수 중 한 명이 경기를 책임져야 한다. 반면, LG는 데이비드 허프라는 확실한 좌완 카드가 대기하고 있다. 
다만 이 두 팀의 고민거리는 4위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 5일 현재 LG가 KIA에 반 경기차 앞서 있는 4위에 올라 있다. 2경기씩 남은 상황에서 끝까지 가봐야 최종 순위가 확정될 수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은 홈에서 경기를 치르며 한 번만 승리를 거둬도 되고, 무승부조차도 승리 확률에 포함되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5위의 부담이 크다. 만약 8일 열리는 최종전까지 4위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가장 강한 선발 카드를 소모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해야 하는, 양 팀 모두에 달갑지 않은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럴 경우 KIA는 양현종과 헥터에 지크 스프루일까지 대기를 해야 하고, LG는 류제국과 핸리 소사에게 기대야 한다.
가을야구를 임하는 팀들 가운데, 선발진이 가장 빈약한 넥센은 울상이다. 3선발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 넥센 선발진 평균자책점 5.24로 리그 6위에 머물렀다. 다만, 선발진이 49승을 챙겨주며 나름대로 역할은 했다. 15승을 거둔 신재영의 공이 컸다. 그리고 여기에 넥센의 선발진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어 줄 존재는 바로 앤디 밴헤켄이다. 일본에서 퇴단한 뒤 지난 7월28일 복귀전을 치른 밴헤켄은 11경기 7승2패 평균자책점 3.09의 성적을 올렸다. 아울러 지난 4년간 밴헤켄은 가을의 지배자였다. 7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2.35(46이닝 12자책점)의 성적은 넥센의 올해 포스트시즌도 밴헤켄이 키를 쥐고 있음을 암시할 수 있는 대목. 넥센은 밴헤켄-신재영-스캇 맥그레거의 선발진이 가동될 전망이다.
과연 올 가을을 찬란하게 빛낼 선발진은 어느 팀에서 나올까. 가을을 위한 준비는 이제 막을 올렸다. /jhrae@osen.co.kr
[사진] 두산 더스틴 니퍼트(왼쪽 상단·시계방향)-NC 에릭 해커-KIA 양현종-LG 데이비드 허프-넥센 앤디 밴헤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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