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는 올 시즌 확실한 장점 두 가지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리그 전체 1위인 홈런, 그리고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인 불펜이었다.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을 보낸 마무리 잭 브리튼을 위시로 한 볼티모어의 불펜은 올 시즌 3.4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리그 1위에 올랐다. 토론토와의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불펜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토론토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11로 아메리칸리그 12위였다.
그런 볼티모어는 역시 불펜의 힘이 있었다. 볼티모어는 이날 선발인 크리스 틸먼이 4⅓이닝 동안 2실점을 하고 다소 컨디션이 무거운 모습을 보여주자 곧바로 그들이 자랑하는 불펜을 동원했다. 볼티모어 불펜은 역시 일발장타력이 있어 만만치 않은 토론토 타선을 상대로 철벽의 면모를 과시했다. 팀 타선이 4회 트럼보의 투런포 후 1점도 뽑지 못한 상황에서 볼티모어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두 번째 투수 기븐스가 2⅓이닝을 탈삼진 3개와 함께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세 번째 투수 하트가 ⅓이닝, 네 번째 투수 브락이 1⅓이닝을 막았다. 압권은 2-2로 맞선 9회, 무사 2루 위기를 마무리 브리튼 없이 막아낸 것이었다.
브락이 선두 도날드슨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아 끝내기 위기에 몰린 볼티모어였다. 브리튼의 투입이 예상됐으나 어찌된 일인지 볼티모어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여기서 볼티모어는 엔카나시온을 고의사구로 걸렸다. 이어 브락이 바티스타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고 이어진 1사 1,2루에서 5번째 투수 오데이가 마틴을 3루수 방면 병살타로 요리하고 절대 위기에서 벗어났다. 마무리를 쓰지 않고 무실점으로 버텼으니 최고의 결과였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한 조짐이 있었다. 브리튼의 투입 타이밍을 최대한 아낀다는 느낌이 있었다. 혹은 부상이 있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한 판을 지면 끝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기에 의구심은 증폭됐다.
결국 브리튼은 무슨 일인지 계속 등장하지 않았고 결국 연장 11회 1사 후 등판한 우발도 히메네스가 연속 3안타를 맞고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1사 1루에서도 1사 1,3루에서도 브리튼은 등판하지 않았다. 이날 상대가 3차례의 병살타를 친 탓에 4번째 병살을 기대했는지 쇼월터 감독은 히메네스를 믿었다.
여기서도 만루 작전이 나올 법도 했으나 초구에 엔카나시온에게 좌월 끝내기 3점포를 맞고 주저 앉았다. 히든카드로 꺼내든 히메네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브리튼의 공백은 너무나도 컸다. 쇼월터 감독은 경기 후 브리튼의 몸 상태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결국 쇼월터 감독이 너무 아낀 것이 탈락으로 이어진 셈이 됐다.
반면 토론토는 불펜이 기대 이상으로 잘 버텼다. 선발 스트로먼이 6이닝 2실점으로 막고 내려갔고 그 후 불펜 투수들이 총동원되며 볼티모어 타선을 막았다. 9회 마운드에 올라온 마무리 오수나가 10회 1사 후 몸에 이상을 호소하며 갑작스레 강판되면서 계획이 꼬이는 듯했으나 선발 자원인 리리아노가 마운드에 올라 장기전으로 끌고 간 끝에 값진 승리를 따냈다. 오히려 기븐스 감독의 불펜 운영이 쇼월터 감독보다 더 기민했던 경기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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