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홈런 1위인 볼티모어 타선은 좌완보다는 우완에 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실제 볼티모어는 우완을 상대로 타율 2할6푼3리, OPS(출루율+장타율) 0.783을 기록한 것에 비해 좌완을 상대로는 타율 2할3푼4리, OPS 0.692로 떨어졌다. 전체 타석당 홈런 비율도 우완(4.5%)보다는 좌완(3.2%)이 낮았다.
때문에 볼티모어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상대할 토론토는 좌완 프란시스코 리리아노의 선발 투입이 점쳐졌다. 그러나 토론토의 선택은 우완 마커스 스트로먼이었다. 그렇다고 스트로먼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아주 풍부한 선수도 아니었다. 지난해 3경기에 뛴 게 전부였다. 하지만 토론토 수뇌부는 스트로먼의 지난해 포스트시즌 투구 내용, 최근 컨디션을 고려해 전격 선발 투입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잘 맞아 떨어질 뻔했고 실제 잘 던졌다. 스트로먼은 5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볼티모어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3회까지는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며 팀의 초반을 지켰다. 포심패스트볼과 투심패스트볼, 여기에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커브까지 섞으며 볼티모어 타선을 틀어막았다. 존 곳곳을 찌르는 제구까지 좋아 볼티모어 타선은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데이터’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고, ‘천적’도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2회 바티스타의 솔로포로 1점을 지원받은 스트로먼은 4회 ‘천적’ 마크 트럼보에 당했다. 3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친 스트로먼은 4회 선두 존스에게 이날 첫 안타를 허용한 것에 이어 김현수의 1루 땅볼 때 1사 2루에 몰렸다. 마차도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 한숨을 돌린 스트로먼은 트럼보와 정면승부를 벌였다.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빛나는 트럼보는 올 시즌 스트로먼을 상대로 11타수 5안타(.455)로 좋은 성적이었다. 홈런은 없었지만 2루타 두 방이 있었다. 그런 트럼보는 스트로먼의 초구 94마일(151㎞)짜리 포심패스트볼을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역전 투런포를 쳐냈다. 비거리는 354피트(107.9m). 이는 스탯캐스트 시스템이 도입된 뒤 트럼보의 홈런으로는 가장 짧은 비거리의 홈런이었다.
트럼보에게 던진 빠른 공은 가운데 몰리는 공이 아닌, 몸쪽 낮게 들어간 공이었다. 실투는 아니었으나 트럼보의 대처가 워낙 좋았다. 하지만 크게 흔들리지는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4회 위터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고 흐름을 잘 끊은 스트로먼은 5회 2사 후 본에게 안타를 맞은 것에 이어 도루까지 내줬으나 하디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팀 타선도 5회 1사 후 3안타를 터뜨리며 동점을 만들어 스트로먼의 패전 요건을 벗겨줬다.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스트로먼은 6회까지 볼티모어 타선을 추가실점 없이 막고 자신의 임무를 거의 완벽하게 수행했다. 최종 성적은 6이닝 동안 81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2실점 호투. 하지만 2-2로 맞선 7회 마운드를 내려가 승패와는 무관했다. 그래서 트럼보에게 허용한 한 방이 더 아쉬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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