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크레용팝 소율 너마저..공황장애는 스타 직업병?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10.05 07: 51

[OSEN=유진모의 취중한담]크레용팝 멤버 소율(박혜경 25)이 공황장애로 활동을 일시 중단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음반 ‘에볼루션 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바 있고, 이에 따른 활동을 속개하면서 증상이 심해져 충분한 휴식을 통해 안정을 되찾은 후 팀에 합류한다고 한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죽을 것 같은 극심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극도의 공포심으로 인해 심장박동수가 급속도로 높아지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가 하면 다한증상을 보인다. 이경규 차태현 김장훈 김구라 등 많은 연예인들이 이 병으로 힘들었다는 내용이 최근 몇 년 새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대중에게도 익숙하거나 관심이 커진 정신질환이다.
왜 연예인들 사이에서 공황장애가 자주 발병하는 것일까? 사실 공황장애란 병이 유독 연예인들에게서만 ‘유행’하는 병은 아니다.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큰 우리나라 국민들의 특성상,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적 질병에 비교해 정신질환에 대해 덜 심각하게 생각하는 서민형 생활특성상 그동안 잘 안 알려졌을 뿐 가난한 사람부터 재벌에게까지 모두 나타날 수 있는 병이다. 멀지 않은 과거에 현대그룹 가족 중 한 명이 자살한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연예인은 육체노동자라기보다 예술가에 가깝기 때문에 발병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크레용팝은 그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롤러코스터의 행보를 이어왔다. 2012년 1월 세랑 금미 엘린 초아 소율 등의 멤버로 구성된 허리케인팝이란 이름으로 중국에서 ‘빙빙’으로 데뷔 쇼케이스를 열었다. 4개월 뒤 한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했지만 세랑이 탈퇴하고 초아의 쌍둥이 동생 웨이를 빈자리에 채우며 크레용팝으로 바꾸고 7월 데뷔음반을 발표했지만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등 시작부터 가시밭길이었다.
10월 발표한 두 번째 음반 역시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자 이들은 거리로 나섰다. 더불어 일본에서의 버스킹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듬해 불굴의 의지로 ‘빠빠빠’를 발표했지만 나아질 기미는 조금도 안 보였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빠빠빠’에 대한 반응이 오기 시작했고, 드디어 방송국에서 그들을 불렀다. 헬멧을 쓰고 등장한 이들에게 ‘직렬 5기통 춤’이란 이름이 부여되며 순식간에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들의 복장과 안무가 일본 걸그룹 모모이로클로버Z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이는가 하면 소속사 대표가 ‘일간 베스트 저장소’ 회원이라는 시비에 휘말리는 등 이른바 ‘일베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뿐만 아니라 그런 악재가 지나가기도 전에 대표가 팬들에게 금전을 걷으려한다는 시비에 휩싸이기도 하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국내활동은 사실상 그 시기로 마무리됐다. 최근 신곡을 발표하기 전까지 레이디가가의 공연에 서는 등 해외활동 및 유닛활동에 나름대로 바쁘게 지냈다고 했지만 대중의 관심은 이미 트와이스나 블랙핑크 등으로 옮겨간 지 오래였다.
  
그렇게 그들의 공백기간은 1년6개월 정도가 됐고, 그동안 소속사의 대표부터 거의 모든 직원과 매니저들이 교체됐다. 사실상 새 회사를 만난 셈이다. 당연히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연예인의 존재의 이유는 오로지 인기다. 목표는 스타고, 그렇게 인기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고 나면 최소한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다. 데뷔할 때만 해도 꿈에 부풀었을 것이다. 그러나 1년이 넘는 무명생활은 그들에게 다양한 갈등과 고민과 생각을 숙제로 던졌을 것이다. 세랑이 금세 탈퇴한 게 좋은 예다.
그만큼 스타덤에 올라선 이후 내우외환에 시달릴 때 역시 부담과 고민 그리고 불안 등도 컸을 것이다. 천우신조인지 노력의 결과인지는 모를 그 성공을 손에 쥐자마자 내리막길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의 암담함과 낭패감은 이 나이 어린 연예인 초년생들을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뜨리기 충분했을 것이다.
문화와 과학, 산업의 혜택이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시골사람이나, 단순한 육체노동자들은 육체적 질환에 걸릴 확률은 높을지 몰라도 상대적으로 정신질환에서 다소 동떨어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주인공 말순은 70대 할머니에서 돌연 20대 초반의 처녀 오두리로 변한 뒤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서방의 조건이란 게 그저 처자식 안 굶기고 밤일만 잘하면 되는겨”라고 단순명료하게 툭 던진다. 옛말에 행복의 조건은 ‘배부르고 등 따뜻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 단세포적 생활에 자족할 줄 아는 사람에게 정신질환이 접근할 빈틈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 특히 창작자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부담과 고통이 수반되기 마련이고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 반 고흐는 스스로 자신의 귀를 잘랐고,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는 광기에 싸인 인물로 묘사된다.
크레용팝이 자신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 등을 하지 않더라도 어떤 스타일에 어떤 내용의 음악이 자신들에게 잘 어울리고 그럼으로써 대중에게 크레용팝표 음악으로 좋게 작용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과 의문쯤은 충분히 갖고 있을 것이다. 고생 끝에 행운에 가까운 성공을 움켜줬는데 그게 모래알일지도 모르는 순간이라고 느낄 때의 스트레스는 1등을 안 해본 사람은 모를 정신적 압박이다.
적잖은 동물들에게서도 자존심이 엿보인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니 사람은 말할 나위 없다. 미국 필라델피아 살인죄 유죄판결자의 40% 이상의 살해동기가 모욕과 사소한 시비 등이었다는 최근의 보고도 있다. 그만큼 인간은 자아를 중요하게 여긴다.
연예인은 다른 유명인들이 그렇듯 ‘꾸미고’ 살아야 한다. 불쾌하고 자존심이 상해도 겸손한 태도로 얼굴엔 가식일지언정 미소를 지어야 한다. 적지 않은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 속 캐릭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정신질환을 호소하기도 한다.
사람이 동물과 달리 문명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 즐기는 가운데 신화를 만들고 거기에 심취할 수 있는 것은 철학과 종교를 믿고 추구하기 때문이다. 여기엔 항상 사랑이란 판타지의 마취제가 수반되기 마련이다. 대뇌 신피질의 발달은 시상하부와 변연계의 영역만으로도 동물과 차별화된 만물의 영장으로서 살 수 있었던 인간에게 더욱 진화된 문명 문화 과학 등을 안겼지만 공황장애를 포함한 불안장애란 정신병까지 전염시켰다. 대뇌 신피질이 엄청나게 비대할수록, 가진 게 많을수록 노출부위는 넓다./osenstar@osen.co.kr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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