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은 실망스럽다. 4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투타에서 눈에 띄는 신진급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렸기 때문. 롯데의 2016년이 변혁의 원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은 마련이 됐다.
그동안 롯데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투수진, 특히 불펜진의 경우 30대의 노장 선수들이 주축이 됐고, 이들이 대부분의 경기에 출장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디기도 했지만, 30대 노장들에 대한 의존도가 컸다. 정대현(38), 이정민(37), 강영식(35), 김성배(35·현 두산), 이명우(34) 등 30대 중후반의 선수들은 시즌 막판으로 가면서 체력적인 부담에 구위가 떨어지는 현상을 빚기도 했다. 선발진 역시 송승준(36)에 의존해야 할만큼 젊은피가 메말랐다.
그러나 올시즌 막바지 시점에 롯데 투수진 가운데 엔트리에 남아 있는 기존 노장 선수는 이정민이 유일하다. 여기에 윤길현과 손승락도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지만, 이들은 팀의 기대를 받고 영입한 FA 선수들이다. 다른 선수들은 부상과 부진 등으로 1군에서 얼굴을 보는 것이 힘들었다. 물론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해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서 이성민(26), 박세웅(21)을 데려왔고, 그 이전에는 김주찬(KIA)의 FA 보상 선수로 뽑은 홍성민(27)이 있었다. 외부 수혈을 통해서 일단 롯데는 투수진의 연령대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올시즌에는 자체 육성 전력들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박진형(22)과 박시영(28)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은 모두 올시즌 투수진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며 기존 선배들의 빈 자리를 메웠다. 빈 자리를 메움과 동시에 미래에 대한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던 한 시즌이었다. 박세웅은 선발로만 26경기 등판해 7승12패 평균자책점 5.78을 기록하며 올시즌을 보냈다. 20대 초반으로서 풀타임 선발은 치른 것 자체가 큰 자산이다. 박진형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빈 자리를 메운 구세주 역할을 했다. 38경기(14선발) 6승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남겼다. 박시영도 초반 패전조로 시작해 능력을 입증하며 필승조 자리까지 올랐다. 42경기(2선발) 2승3패 1홀드평균자책점 5.40의 성적. 또한 박시영은 선발 투수로도 가능성을 알렸다. 지난 4일 잠실 두산전 선발 등판해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향후 선발진 경쟁에 합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필승조였던 홍성민도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늦게 시작했지만 49경기 1승1패 5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제 몫을 다했고, 이성민(5승5패 1홀드 평균자책점 7.29) 역시 초반 선발진의 공백이 아쉽지 않을만큼 역할을 다했다.
야수진에서는 김문호(29)의 재발견이 가장 눈에 띈 시즌. 김문호는 137경기 출장하며 타율 3할2푼6리 7홈런 69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시즌 초반 4할 타율을 유지할만큼 폭발적이었고, '만년 유망주'를 벗어난 한 해였다. 1루수 자리에도 사실상 주전을 꿰찬 시즌을 만든 김상호(27)가 등장했다. 김상호는 111경기 타율 2할8푼9리 7홈런 55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1루수로서 파워가 아쉽지만, 아직 풀타임 1년차에 불과하다. 포수진에서도 김준태(21)가 강민호의 백업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겼다.
세대교체는 이제 막 시작됐다. 최근 올시즌만큼 롯데에 신진 선수들이 대거 등장한 한 해는 없었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기대치도 크다. 젊은 선수들의 능력치와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끌어내야만 하는 것이 롯데의 과제라면 과제다. 또한 대부분 군 미필 상태이기 때문에 군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일도 중요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가운데 김상호와 박시영을 제외하면 미필 자원이다.일단 올시즌이 끝나고 투수 홍성민은 경찰청, 포수 김준태의 군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홍성민은 경찰청 1차 실기 테스트에 합격한 상황으로 최종 합격을 기다려야 한다. 김준태도 상무(국군체육부대) 입대 원서를 낼 예정이다.
일단 가능성만큼은 충분한 시즌이다. 이제 이 가능성을 향후 1군 무대에서 120% 발휘할 수 있게끔 무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KBO리그에서 육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롯데 역시 육성을 등한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올시즌을 통해 알렸다. 이제 올시즌을 변혁의 원년으로 삼아 육성의 꽃을 활짝 피울 준비를 해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