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성공’ KOVO컵, 획기적 변화 필요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05 06: 00

빡빡한 경기 일정 한계, 여름리그 대안 부상
기대되는 효과 다수… 구단 반대에 표류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경기 일정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3일까지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는 여러 의미에서 성황리에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관중 동원이나 중계 노출도에서 큰 성과를 보이며 다가오는 2016-2017 V-리그 흥행을 예감케 했다. 여기에 올림픽 일정 때문에 대회가 뒤로 밀린 것도 경기력 측면에서는 도움이 됐다. 외국인 선수가 합류할 수 있었고, 시즌이 다가온 시점에서 팀 컨디션도 한여름에 대회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나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일정은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짧은 기간 내에 많은 경기를 해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하루 쉬고 경기를 뛰는 것은 다반사였고, 결승전의 경우 하루도 쉬지 못하고 경기에 나서는 팀 또한 있었다. 그렇다고 월드컵처럼 휴식일을 많이 주자니 대회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선택하기 쉽지 않은 대안이었다. 각 팀 사령탑들은 “이런 일정에서 뛰면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일정과 포맷이라면 이는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다시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때문에 KOVO컵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고개를 든다.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바로 ‘여름 리그’ 운영이다. 프로팀은 물론, 남자부의 경우 대학팀, 여자부의 경우 실업팀들을 끼어 프로배구의 FA컵처럼 운영하는 방안이다. 토너먼트 제도는 경기 수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는 만큼 리그 운영이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접점을 찾아 적당한 시기를 고르고, 1주일에 1~2경기씩 정규시즌을 갖은 뒤 상위 1~2개 팀을 추려 토너먼트로 대미를 장식하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 KOVO컵의 또 다른 문제였던 ‘중립구장 일원화’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어차피 배구에 가장 목말라 있는 팬들은 각 팀의 연고지에 있다. 팬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단들도 시즌에 앞서 경기력이나 구장 시설 등 여러 가지 사안을 점검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가 나온 지는 꽤 됐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벌써 몇 년째 나오는 이야기”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KOVO 측에서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단들의 반대로 구체적인 실현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생각은 이상적일 수 있지만 말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여름에 몸 상태를 회복시키는 선수들이 많아 제대로 된 경기력이 나오기 어렵다. 전술 훈련 시간이 짧아지고, 경기장 대여 등의 문제도 생각해봐야 한다. 해외 전지훈련 일정도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팀들이 끼는 것을 프로에서 부담스러워 한다. 자칫 패하기라도 할 경우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관계자들도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와 프로가 협력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대학 선수들의 기량 향상, 팬들의 관심도 재고, 스타 스토리 발굴 등 긍정적인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대학배구팀의 전직 감독은 “계속 (프로팀 구장으로) 원정을 다녀야겠지만 일정만 잘 맞으면 나쁠 것은 없을 것”이라고 환영했다.
리그제로 운영이 되면 오히려 프로 팀들은 여러 선수를 고르게 활용해 전력 구상의 장으로 삼을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 팀이나 실업 팀을 상대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혹서기에는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주말에도 경기를 늦게 시작하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도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대적으로 비시즌이 긴 배구에 대한 관심도를 연중 이어나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할 사안인 만큼 다각도적인 측면에서 대화하고 걸림돌을 지워가는 것이 첫 걸음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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