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와일드카드를 이끈 김현수(28)가 미국 언론에게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 'USA 투데이'도 김현수 특집 기사를 싣고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시련을 딛고 일어선 과정을 담았다.
USA 투데이는 4일(이하 한국시간) '한때 야유를 받던 김현수가 매력도시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제목아래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6개월 전 시즌 개막 때 볼티모어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고 시작한 김현수가 실력으로 시련을 극복하며 사랑받는 선수가 됐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작성한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6개월 전 시즌 개막전에서 김현수가 소개될 때 캠든야즈의 팬들은 그에게 야유를 보냈다. 로스터 한 자리를 차지한 것에 넌더리를 쳤다'고 4월5일 홈 개막전 당시 풍경을 전했다. 김현수도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진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와일드카드 싸움에 있어 승부처였던 지난달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원정경기에서 9회 대타로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올스타 중견수 아담 존스는 "김현수 없이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단순한 안타가 아니었다. 우리 팀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홈런이자 안타였다"고 인정했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스프링 트레이닝 때만 하더라도 김현수는 프런트와 팬들이 원치 않고 경멸하는 선수였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7푼8리에 장타는 하나도 없었고, 오리올스는 보고 있어도 믿을 수 없었다. 김현수는 한국에 돌아갈 뻔했다'고 설명했다. 존스는 "언어장벽이 김현수에겐 좋았다. 야유와 응원 소리는 일반적이지만 사람들이 하는 불쾌한 말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무시할 수 있었다"고 힘든 시기 김현수를 떠올렸다.
댄 듀켓 볼티모어 단장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김현수는 우리가 계약한 선수와 같은 선수로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적응이 크게 필요했다. '마이너리그에 내려가서 타석을 충분히 갖고 편안하게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지만 김현수가 '마이너리그에서 뛰기 위해 여기 온 것이 아니다'며 거절했다"고 3월말 당시 상황을 밝혔다. 결국 김현수는 개막 25인 엔트리에 들었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분쟁은 곧 공개됐고, 개막 행사에서 팬들은 매니 마차도가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것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김현수는 영어를 조금밖에 못하지만 야유의 의미를 확실히 이해했다'며 '그는 외부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 박찬호와 강정호처럼 많은 한국인들이 그의 성공에 희망을 가졌다.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해 4월에는 15타석에 그쳤지만 시즌이 흐를수록 볼티모어가 처음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를 보여줬다. 타석에서 선구안과 배트 스피드로 적응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존스는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선수란 것을 느꼈다. 지금 김현수를 보라. 그는 꾸준함을 유지했고, 내가 상상한 이상으로 프로페셔널리즘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도 "김현수는 팀 동료들에게 훌륭한 도움을 받았다. 동료들은 그를 사랑한다"고 전했다. 투수 크리스 틸먼 역시 "김현수 곁에는 늘 재미가 있다. 그는 항상 미소로 나타났다가 떠난다. 승리를 하든 패배를 하든, 비가 오든 날이 맑든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있다"며 긍정의 힘을 높게 치켜세웠다.
김현수는 "시즌 초반 어려움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극복을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며 "동료들의 환대 덕에 내가 이 팀의 일부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이 없다"고 밝게 웃었다. 시련을 딛고 시즌 타율 3할2리, 출루율 3할8푼2리로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김현수가 가을야구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시선이 집중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