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다. 만약을 붙이면 안되는 게 없다는 게 그 이유다. '83년생 FA 듀오' 장원삼과 안지만이 제 몫을 해줬다면 어땠을까. 삼성이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지 않았을 터.
다승왕 출신 장원삼은 시범경기 4차례 등판을 통해 2승(평균 자책점 3.60)을 거두는 등 정규 시즌 맹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허리 부상을 비롯한 각종 악재에 시달리며 5승 8패 2홀드(평균 자책점 6.92)에 머물렀다. 뜻하지 않은 부진 속에 5년 연속 10승 달성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류중일 감독은 "장원삼과 윤성환은 컨트롤, 코너워크, 무브먼트로 승부하는 유형이다. 기교파 투수이다보니 밸런스가 흐트러질 경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정타가 너무 많이 나온다. 코너워크가 제대로 되지 않고 무브먼트가 밋밋해졌다"고 지적했다.
장원삼은 "시범경기 때 페이스가 괜찮았는데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허리를 삐끗했다. 그때부터 뭔가 꼬인 것 같다. 과욕이 대참사를 부른 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발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장원삼은 "선발 투수로서 내 역할만 제대로 했더라면 팀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았을텐데 내가 까먹은 게 너무 크다. 아쉽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홀드의 신'이라 불리며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평가받았던 안지만. 올 시즌 임창용(KIA) 대신 삼성의 뒷문 단속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해외 원정 도박 파문에 연루돼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고 불법 스포츠 베팅사이트 개설에 1억6500만원을 투자한 혐의까지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난 상태다.
'안지만의 잘못을 두둔하려는 건 아니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해보자. 안지만이 정상적으로 뒷문을 지켰다면 삼성의 계투진은 한층 안정적으로 가동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계투진의 과부하가 걸리면서 역전패가 늘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칠때면 안지만의 얼굴이 떠올랐던 게 사실이다. 여러모로 진한 아쉬움만 남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