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호의 트윈시티] 양상문, 2년 전보다 큰 기적 만들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04 06: 54

LG 트윈스가 다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LG는 3일 대구 삼성전에서 10-3으로 승리, 5위 확정 매직넘버 ‘1’을 지웠다. 이로써 LG는 2015시즌 9위로 고전했던 것을 뒤로 하고, 2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다. 가을야구 첫 번째 스테이지는 오는 10일 와일드카드 게임 1차전. 이 경기를 시작으로 LG는 한국시리즈를 향한 진검승부에 돌입한다.
사실 그 누구도 LG 트윈스가 이렇게 선전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LG는 21세기 KBO리그 최약체 중 하나다.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최근 15년 동안 5할 승률 이상을 기록한 시즌도 5번이 안 된다. 무엇보다 LG는 ‘유망주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신예선수들이 올라서지 못하는 팀이었다. 입단 당시 기대치를 충족시킨 선수가 거의 없다. 오히려 LG를 떠나고 나서 재능이 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상문 감독은 ‘리빌딩’을 모토로 삼았다. 어떻게든 젊은 선수들을 끌어올려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도 있었다. 지난해 겨울 양 감독은 “이제는 우리도 젊은 선수들이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선의의 경쟁을 시키고 충분한 기회를 줄 것이다”며 “예전에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으나, 조금만 부진하면 라인업에서 빼거나 2군으로 내리곤 했다. 그런 모습은 지양하려 한다. 우리도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 강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빌딩의 시작은 불펜진과 외야진이었다. 양 감독은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서 한계를 드러내자 2015시즌 후반부터 변화를 줬다. 지난 시즌 막바지 임정우를 마무리투수로 내세웠고,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임정우와 정찬헌의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외야진 3자리도 빠르게 바꿔나갔다. 2015시즌 종료 후 이진영을 40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이진영을 대신해 채은성 혹은 이천웅이 올라설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2014년 겨울부터 김용의와 문선재의 포지션을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시키며 외야진에 스피드를 더하기도 했다. 
포수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양 감독은 2015시즌부터 최경철을 대신해 1군 풀타임 경험이 없는 유강남을 꾸준히 출장시켰다. 작년 겨울 정상호를 FA로 영입했는데, 이 또한 유강남을 순조롭게 성장시키기 위해서 였다. 양 감독은 정상호가 LG와 계약한 후 “상호에게 모든 경기를 맡기지는 않을 것이다. 일주일에 3, 4경기 정도는 상호가 나가고, 나머지 2, 3경기 정도는 강남이가 나간다. 강남이가 부담도 많이 느꼈는데, 부담을 덜어주면서 강남이를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LG의 2016시즌도 그랬다. 마무리투수로 임정우가 낙점됐으나, 임정우는 4월부터 기복을 겪었다. 개막전 주전 우익수로 나선 이천웅도 1, 2주 정도 지나자 상대에게 약점을 공략 당했다. 유강남은 타석에서 지난해보다 못한 모습이 반복됐다. 야심차게 2루수로 출장시킨 정주현도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LG는 5월까지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했으나, 6월 들어 급격히 추락했다.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선 8위까지 내려앉았다. 역시 리빌딩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비난도 거셌다. 이곳저곳에서 양 감독의 퇴진을 바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홈경기 중 그물을 타고 덕아웃으로 내려와 욕하는 관중도 있었다. 5년 만에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그럼에도 양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구상대로 과감하게 팀을 운용했다. 세이브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임정우를 마운드에 올렸다. 젊은 선수가 도저히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 같으면, 다른 젊은 선수로 대체했다. 이천웅이 애를 먹자 채은성을 출장시켰다. 문선재도 2군에서 좋다는 보고가 올라오자마자 1군에 올렸다. 야수로 전향한지 15개월도 되지 않은 이형종을 선발 라인업에 올려 외야진을 더 젊게 만들었다. 유강남은 이천에서 열흘 동안 회복할 시간을 줬고 다시 주전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이동현이 흔들리자 7월부터 김지용을 이동현 자리에 넣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출장한 양석환은 후반기 들어 정성훈과 출장 비율을 반으로 나눠가져가고 있다. 이렇게 LG는 2루수와 중견수, 그리고 지명타자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지션을 20대 선수들로 채웠다. 
결국 채은성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잠재력을 드러냈다. 그리고 후반기부터는 젊은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했다. 이형종 문선재 이천웅이 함께 올라서며 더블스쿼드가 가능할 정도로 외야진이 풍족해졌다. 임정우와 김지용은 LG의 새로운 필승조로 자리를 굳혔다. 오지환은 타격에서 약점을 극복하면서 공수주를 겸비한 리그 최정상급 유격수가 됐다. 자연스레 상하위 타선에 균형이 잡혔다. 스피드도 생기고 수비 범위 또한 넓어졌다. 선수층 역시 두터워져 144경기 체제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경기력이 향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0월 3일까지 후반기 성적 36승 24패 1무로 리그 2위. 6할 승률로 매섭게 돌진하면서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이뤘다. 
양 감독은 LG 부임 첫 해였던 2014년에도 팀을 최하위에서 4위까지 끌어올렸다. 취임식 당시 양 감독은 LG의 전력을 4위권으로 평가했는데,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기존 전력을 극대화, 5할 승률 ‘마이너스 16’까지 떨어진 팀을 포스트시즌까지 진출시키는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인 올해 두 번째 기적을 달성했다. 2015시즌 팀의 주축이었던 베테랑 선수들이 하나둘씩 하락세에 접어들고, 부상으로 이탈하자 과감하게 리셋 버튼을 눌렀다. 서둘러 리빌딩 작업에 착수한 결과 1년 만에 팀이 젊고 강해졌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LG는 조롱의 대상이었다. 김상현 박병호 박경수 정의윤 최승준 등 LG를 떠난 선수들이 맹활약할 때마다 LG는 놀림거리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이들이 LG를 부러워하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양상문 감독이 LG를 기가 막히게 바꿔놓았다. LG를 상대로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 젊은 선수들이 무섭게 뛰어다닌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면 바로 당한다. 올해 가장 잘한 감독은 양상문 감독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솔직히 후반기 LG가 이렇게 치고 올라올 줄은 몰랐다. 그런데 붙어보니 진짜 기가 있더라. 전반기와는 느낌이 다르다. 굉장히 단단한 팀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시즌을 전망할 때마다 LG의 화두는 기존 베테랑 선수의 기량유지였다. 그러나 이제는 유지가 아닌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20대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올라서면서, 오늘보다 내일 더 강한 LG가 만들어졌다. / LG 담당기자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