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가 7년 만에 포스트시즌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2011년부터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에 등극하는 등 21세기 KBO리그 왕조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올 시즌 잇딴 악재 속에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하지만 삼성은 1년 만에 처참히 무너졌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삼성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인 선수의 부진이다. 삼성은 올해부터 제일기획으로 공식 이관되면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몸값이 저렴한 선수들을 영입했으나 싼 게 비지떡이었다. 두 차례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효과는 미비했다. 속된 말로 헛돈만 날린 셈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제대로 투자했더라면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일은 없었다.
한 야구인은 "삼성이 올해부터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분위기 탓에 너무 허리띠를 졸라 맸다. 아낄 때가 있어야 하지만 쓸 땐 써야 한다.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반면 투자에 인색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선수를 영입하는 게 쉽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선수만 제대로 영입했더라면 이렇게 무너지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삼성은 올 시즌 부상 악령에 시달렸다. 류중일 감독은 "단 한 번도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기 도중 부상은 불가피한 돌발 상황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부상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상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트레이닝 파트에 보다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과연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를 삼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 지난해 흥행 열풍을 일으킨 영화 '베테랑'의 명대사다. 삼성은 그동안 우승의 기쁨에 취해 잘못된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신인 드래프트, 팜시스템 운영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노출됐으나 개선하기 보다는 쉬쉬 하고 덮는 게 고작이었다. 이러고도 구단이 제대로 운영되길 바라는 건 상산구어와 같다.
지난해까지 삼성의 홈그라운드로 사용했던 대구 시민야구장이 허름한 맛집이라면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는 최신식 인테리어를 갖춘 레스토랑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구단 관계자는 "제 아무리 시설이 뛰어나도 음식이 맛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인테리어만 좋은 레스토랑은 개업 당시 반짝 인기를 누릴 뿐 결국 문을 닫게 된다.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의 맛"이라고 표현했다.
최신식 구장 인프라에도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팬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후반기 들어 부진의 늪에 허덕이면서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를 찾는 팬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성적보다 더 좋은 마케팅 요소는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킨 계기였다.
류중일 감독의 계약 기간은 올해까지다. 그리고 올 시즌이 끝난 뒤 최형우(외야수)와 차우찬(투수)이 FA 자격을 얻게 된다. 5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이끈 사령탑과 투타 전력의 핵심을 놓치게 된다면 그 후폭풍은 거셀 듯. 삼성은 올 시즌의 부진을 교훈삼아 대대적인 개편을 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올해보다 더 추락하게 될 지도 모른다. /삼성 담당 기자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