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와 버틀러, 빅리그의 두 이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10.04 06: 00

 야구계에서 10월은 이별의 계절이다. 경기를 더 할 팀과 아닌 팀의 운명이 갈리고, 떠나는 선수들도 매 해 나온다. 데이빗 오티즈(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이 은퇴를 발표하고도 보너스 게임을 얻는 선수도, 정규시즌 일정도 다 마치기 전에 황급히 떠나야 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베테랑 타자 맷 홀리데이에 대한 2017 시즌 클럽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을 발표했다. 클럽 옵션이 실행되면 홀리데이는 1700만 달러를 챙기지만, 이 금액을 받는 대신 팀을 떠나며 바이아웃 금액 100만 달러를 얻는다.
콜로라도 로키스에서 데뷔한 그는 토드 헬튼의 뒤를 잇는 쿠어스의 스타였다. 그러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거쳐 2009 시즌 중 세인트루이스로 왔다. 그리고 7년 반을 세인트루이스에서 활약하며 1048안타와 156홈런 616타점을 올렸고, 콜로라도에서 뛰다 세인트루이스로 건너온 선배 래리 워커와 달리 월드시리즈 우승(2011)도 경험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는 콜로라도, 오클랜드 선수가 아닌 세인트루이스 선수로 자리 잡을 것이다. 구단이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와일드카드 진출은 아니었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3연전에서 홀리데이에게, 그리고 홈 팬들에게 멋진 선물을 줬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시리즈를 앞두고 팀은 홀리데이와 함께하지 않기로 한 사실을 발표한 뒤 그를 로스터에 올렸다. 마지막으로 홈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었다. 또한 팬들도 그를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측 엄지 골절로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있던 그는 완전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매 경기 그를 내보냈다. 시리즈 첫 경기인 1일에는 대타로 나와 우측 담장을 넘겼는데, 이는 그의 커리어 첫 대타 홈런이자 타점이었다. 그만큼 그는 주전이 익숙한 선수였다.
2일에도 대타로 출전해 추격의 적시타를 날리며 팀의 4-3 역전승에 기여한 그의 작별인사 하이라이트는 정규시즌 최종전인 3일이었다. 이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와일드카드를 가져가 세인트루이스의 가을잔치 꿈은 경기 후반에 끝난 상황. 팬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볼 수 없을 홀리데이의 이름을 연호했고, 매시니 감독은 팀이 10-4로 앞선 9회초에 그를 좌익수 대수비로 투입했다.
벤치에서 좌익수 위치까지 나가는 동안 모든 관중들이 기립해 박수와 환호로 베테랑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몸 상태를 고려해 매시니 감독은 이닝이 시작되기 전에 그를 다시 뺐고, 홀리데이는 그라운드에 들어갈 때보다 파울라인 밖으로 나갈 때 더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구단이 먼저 결별을 발표하고도 아름답게 헤어질 수 있음을 이들은 보여줬다.
매시니 감독은 경기 후 “오늘은 홀리데이를 위한 특별한 날이기도 했다. 이 친구(홀리데이)가 클럽하우스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었다”라고 감사표시를 했다. 동료 오승환 역시 “이 팀을 위해 열심히 했고, 그걸 팀에서도 인정해주는 부분이 헤어지게 됐음에도 보기 좋은 장면이 된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반면 하루아침에 떠난 빌리 버틀러(뉴욕 양키스)도 있었다. 오클랜드에 몸담고 있던 그는 지난달 12일 공식적으로 방출 발표됐는데, 성적 부진에 동료(대니 발렌시아)와의 다툼까지 겹쳤다. 그와 3년 3000만 달러에 계약했던 오클랜드는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더 남아 있었음에도 그를 냉혹하게 내보냈다. 방출이 발표된 날 버틀러는 조용히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짐을 싸서 나갔다. 표정이 어두웠던 그에게 다가와 살갑게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그날 오클랜드는 구단 상품 경매에 여러 물건들과 함께 버틀러의 친필 사인볼도 내놓았다. 버틀러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마지막 날에 오클랜드는 작은 금액이라도 벌어들이고자 그 사인볼을 판매 시도한 것이다. 동시에 말썽을 일으키고 성적도 내지 못한 선수의 흔적을 털어버리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을지 모른다. 홀리데이와 버틀러의 너무도 다른 이별은 비단 야구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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