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 감독, 숨기지 못하는 강정호 사랑
강정호도 좀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보답
2년간 강정호(29)라는 이름 석 자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확실히 새겨졌다. 그 속에는 클린트 허들 감독의 아낌없는 배려와 사랑이 있었다.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강정호는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 스타디움에서 있었던 2016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선제 3점홈런을 날렸다. 시즌 21호이자 그가 올해 마지막으로 터뜨린 홈런이었다.
이날 팀은 3-4로 역전패했지만, 팀의 3타점을 혼자 기록한 그는 칭찬의 중심에 있었다. 허들 감독은 패한 경기에서도 좋은 활약을 한 선수의 기를 확실히 살려준다. 강정호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를 제외하면 타선에서는 그다지 언급할 선수가 없기도 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한 현지 기자는 올해 세인트루이스와의 맞대결에서만 6홈런을 터뜨린 강정호의 활약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허들 감독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내 상황을 알아차렸다.
허들 감독이 잠시 혼동한 이유는 현지 기자가 강정호의 성을 ‘캉’이라고 발음했기 때문이다. 허들 감독은 “그의 이름은 ‘강’이다. ‘캉’이라고 해서 못 알아들었다”라며 웃고는 기자의 발음을 정정해주기도 했다. 작은 것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선수들을 아끼는 수장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에피소드이기도 했다.
어느덧 빅리그에서 두 시즌을 보냈다. 이제는 적어도 피츠버그의 홈 구장인 PNC 파크에서만큼은 ‘캉’이라는 소리는 듣기 힘들다. 강정호가 타석에 들어설 때나 구단 관계자들이 그를 언급할 때 항상 ‘강’이라는 발음을 들을 수 있다. 물론 ‘강’이라고 할 때보다 친근하게 ‘정호’라고 하는 일이 더 많다.
허들 감독은 작은 것부터 강정호를 챙겨준다. 부상에서 돌아온 뒤 출전 시간 분배부터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도 그를 팀 전력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발언들을 자주 한다. 시즌 말미에는 “100타점을 올릴 능력을 보여줬다”며 적은 출장 수에도 불구하고 장타에서 발전을 보인 그를 극찬한 바 있다.
‘제 식구 감싸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지만, 곁에서 봐도 허들 감독의 강정호 사랑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좀 더 크게 느껴진다. 지난달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강정호의 페이크 태그 동작 이후 빈볼이 날아오고 벤치 클리어링이 있었을 때도 그는 “정호는 득점을 막으려 했을 뿐이다”라고 옹호했다. 당시 흥분한 션 로드리게스와 동료들을 통해서도 강정호의 팀 내 입지, 동료들과의 각별한 관계 등 여러 가지 사실들을 읽을 수 있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