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SK텔레콤·ROX, '충격의 패배'...하지만 비난은 이르다
OSEN 신연재 기자
발행 2016.10.03 16: 33

 3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4일차 경기를 끝으로 조별예선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을 가장 충격에 빠트린 경기는 막강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ROX와 SK텔레콤의 경기. ROX와 SK텔레콤은 각각 CLG와 플래시 울브즈에게 예상 밖의 패배를 당했다.
ROX는 지난 ANX전과 G2전서 초반 라인전과 합류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쿠로’ 이서행의 안정감과 ‘스멥’ 송경호-‘프레이’ 김종인의 캐리력으로 불리한 상황을 역전해 내며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간 ROX가 보여준 승리 공식, 합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상대를 찍어 누르는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안함은 현실이 됐다.
4일차에 들어 글로벌 밴이 풀린 아우렐리온 솔(이하 아우솔)을 택한 CLG의 미드 라이너 ‘후히’ 최재현은 1렙 로밍이라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전략을 제대로 성공시키며 격차를 벌렸다. 최재현은 ‘아프로무’ 재커리 블랙의 알리스타와 함께 전 맵에서 킬을 쓸어 담으며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ROX의 대단한 한타 능력이 발휘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정글 지역에서 김종인의 이즈리얼이 엄청난 생존력을 뽐내며 전투 승리를 이끌었고, ‘스멥’ 송경호의 뽀삐가 전장을 완전히 붕괴시키는 궁극기를 사용해 경기의 흐름을 끊었다.
하지만 ANX나 G2보다 상대적으로 대회 경험이 많은 CLG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대참사가 날 법한 한타에서 피해를 최소화했고, 되받아 쳐야 할 때가 언제인지 정확히 알았다. 특히, 김종인의 공격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노린 최재현이 여러 차례 이즈리얼을 ‘순간 삭제’ 시키며 결국 역전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앞선 두 경기 모두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승승장구하던 SK텔레콤을 제압한 건 ‘한국팀 킬러’ 플래시 울브즈였다. ‘페이커’ 이상혁을 집중 공략한 전략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카사’ 흥 하오 스안은 이상혁의 자신감과 공격성을 정확히 노렸다. 카시오페아를 선택한 이상혁은 6레벨 궁극기를 찍자마자 상대 미드에게 거칠게 딜 교환 압박을 넣었고,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카사’가 곧바로 달려와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스펠을 모두 소모한 이상혁은 이후에도 연거푸 잡힐 수밖에 없었다.
‘듀크’ 이호성이 럼블로 선전하며 크게 성장하긴 했지만, 팀이 이미 주도권을 내준 상황에서 상대 뽀삐에 비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최대한 죽지 않고 사이드 라인을 꿋꿋이 지키며 시간을 벌었으나 알리스타와 아우솔의 합동 공격에 주저 앉고 말았다.
SK텔레콤을 상대하는 플래시 울브즈에게 지난 두 경기간 보여준 ‘결단력 부족’의 문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철저한 시야 장악을 바탕으로 SK텔레콤의 정글을 들쑤시고 다녔고, 주요 오브젝트로 상대를 끌어내 화끈한 전투를 펼쳤다. 
씁쓸한 2패를 맛본 국내 팬들은 패배의 주원인을 아우솔과 알리스타로 꼽는다. 밴픽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언성을 높인다. 지나친 비난이 섞여 있기도 하다. 분석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ROX와 SK텔레콤 모두 아우솔의 로밍 능력을 감당하지 못했고, 알리스타의 CC기에 무기력해졌다. 특히 ROX-CLG전은 아우솔과 알리스타가 거의 모든 킬을 만들어내며 승리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겨우 조별예선에 와있다. 단순히 승리가 목적인 경기가 아니라 상대를 분석하고 파악해 앞으로 펼쳐질 상위 라운드에서의 전략을 견고히 다지는 과정인 것이다. 당장 현 상황만 보더라도 일부 팀들은 패배 이후 피드백을 통해 더 좋아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ROX와 SK텔레콤은 여전히 조 1위다. 8강 진출 전망 또한 매우 밝다. 다른 팀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ROX와 SK텔레콤도 이번 패배를 발판 삼아 다음 경기에서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보자. /yj01@osen.co.kr
[사진]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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