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준우승팀인 IBK기업은행은 2016 KOVO컵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여러모로 팀을 정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이야 강했지만 여름에 생긴 틈이 곳곳에 있었다.
우선 박정아 김희진 등 주축 선수들 몇몇이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했다. 국가를 위한 일이었지만 선수들이 비시즌에 충분한 회복 훈련을 하지 못했다. 휴식기를 감안하면 대회를 앞두고 손발을 맞출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선수들의 체력도 많이 떨어졌다. 박정아는 “솔직히 힘들다”라고 했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리우올림픽에 다녀온 이정철 감독의 공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에 주전 세터인 김사니도 대회 직전 종아리 쪽에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있었다. 김사니를 믿고 백업 세터 이고은을 AVC대표팀에 파견한 팀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김사니가 경기에 나설 수는 있었지만 대회 시작부터 끝까지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이런 악재를 모두 이겨내고 대회 정상에 섰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에 머문 한을 깨끗하게 털어냈다.
IBK기업은행은 3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기고 대회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은 2연패이자, 통산 3번째(2013·2015·2016) KOVO컵 우승.
지난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고도 현대건설에 밀려 통합 우승에 실패했던 IBK기업은행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시즌 막판 부상으로 이탈한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이에 다시 뛰기 시작한 IBK기업은행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왕좌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정규시즌을 앞두고 몇몇 긍정적인 요소를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성적상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IBK기업은행은 새 외국인 선수 매디슨 리쉘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레프트 포지션에서 수비와 리시브는 물론 빠른 공격까지 보여주며 ‘살림꾼’ 가능성을 내비쳤다. 리쉘은 조별예선과 준결승전까지 3경기에서 평균 31점을 몰아쳤다.
필연적으로 ‘큰 공격’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 박정아가 수비 부담을 딛고 맹활약을 펼친 것도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대회가 갈수록 컨디션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인 박정아는 GS칼텍스와의 준결승전에서 23점을 기록하며 팀의 결승행을 이끄는 등 대회 MVP에 올랐다. 중앙의 김희진도 좋은 모습을 선보인 가운데 도로공사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김미연도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기대감을 모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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