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흔한 욕받이 없이 재밌다, ‘진짜사나이’ 장수 예능 내공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0.03 11: 08

그 흔한 ‘욕받이’가 없다. 실수를 할지언정 자책하는 이들만 가득한 군생활이다. ‘진짜사나이’가 자극적인 장치 하나 없이 성실한 군생활만으로도 재밌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 어려운 걸 해냈다.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사나이’는 현재 해군 부사관 특집을 방송 중이다. 여군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사기 캐릭터’ 이시영을 비롯해 사고뭉치일 줄 알았는데 무난하게 군생활을 하는 서인영과 솔비, 그리고 꿋꿋하게 훈련을 이어가는 박찬호·이태성·김정태·박재정·줄리안·러블리즈 서지수·양상국이 함께 하고 있다.
방송 4년여 만에 처음으로 남녀 동반 입대이자, 간부인 해군 부사관 훈련에 임하고 있다. 광활한 바다를 배경으로 문무대왕함도 탑승했고, 멋있는 어록을 쏟아내는 호랑이 교관인 갑판장의 불호령 속에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진짜사나이’는 군 체험 프로그램. 방송 초반 사고를 치는 인물들이 하나둘 있어 웃음과 공감을 자아냈다면, 장수 예능이 되면서 더 이상 새로운 특색을 가진 인물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센 언니’ 제시처럼 중도에 포기하겠다고 나서거나 이 프로그램을 살린 샘 해밍턴처럼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군대가 장난이냐는 오해의 시선과 그간의 각종 논란을 거치면서 ‘진짜사나이’는 초반보다 많이 담백한 구성을 띠고 있다. 과하게 캐릭터를 만들려고 하는 시도도 없고, 장난스러운 편집도 줄었다. 대신 출연자들의 매력을 끄집어내거나 군생활 본연의 성실하게 해도 잘 되지 않아 좌절하는 순간을 집중해서 다뤘다. 밋밋할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쓰디쓴 훈련에 절망하고 그 속에서도 서로 응원하며 농담으로 피로를 푸는 그 과정이 흥미를 자극한다.
이번 해군 부사관 특집 역시 웬만한 남자보다 강하고 털털한 매력의 이시영을 필두로 최약체이지만 꼼수를 부리지 않는 양상국과 서지수, 묵묵하게 훈련을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이태성, 의외로 사고를 치지 않고 열심히 힘을 쏟는 서인영과 솔비, 실수가 참 잦지만 딱한 구석이 많아 동정심이 가는 박재정, 한국인보다 씩씩하게 훈련 받는 에이스 줄리안 등 매력 가득한 인물들이 진정성 있게 훈련에 임하고 이 모습은 안방극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굳이 재밌고 흥미롭게 포장하지 않아도 매력적인 출연자들을 섭외하는데 성공한 노력과 촌스럽지 않게 덜 꾸미는 법을 체득한 구성력이 역대급 특집이라는 반응을 얻는데 일조했다.
‘진짜사나이’는 여러 체험 리얼 예능프로그램이 그러하듯 출연자들에 따라, 그리고 어떤 부대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푸느냐에 따라 대박과 쪽박이 갈리는 구성이다. 다만 제작진은 이 같은 복불복 구성의 위험도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획과 후반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프로그램이 잠시 시들시들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때마다 해군 부사관 특집처럼 대박을 터뜨리는 카드를 꺼내놓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일단 주목을 확 받을 수 있기에 군대라는 쉽지 않은 선택에도 스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중이다. / jmpyo@osen.co.kr
[사진] '진짜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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