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케이투’의 갈등 요소는 송윤아로부터 시작된다. 송윤아의 무시무시한 야망에 휘둘리는 남녀가 지창욱과 임윤아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갈등의 시작과 끝이 송윤아고, 송윤아의 매서운 표정과 돌변하는 말투에 긴장하기 여러 번이다.
tvN 금토드라마 ‘더 케이투(The K2)’가 호불호가 엇갈릴 수 있는 액션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표면적인 전개는 액션이 주를 이루지만 인물간의 갈등이 휘몰아치며 액션이 하는 역할은 부수적이다. 재밌는 이야기에 화려한 액션까지 더해지니 1시간이라는 시간이 경쾌하게 흘러간다.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다. 송윤아가 연기하는 대선 후보 아내인 최유진이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를 독차지하고자 계략을 꾸미면서 위기에 놓이는 경호원 김제하(지창욱 분)와 유진의 의붓 딸인 고안나(임윤아 분)의 사랑을 담는다. 초반 유진의 표독스러운 면모가 드러났다면 4회부터는 제하와 안나의 사랑이 예고되며 로맨스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유진의 방해에 흔들리는 두 남녀, 그리고 점점 더 고약하게 변할 유진이 만들 갈등이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 요인이다.
그래서 유진을 연기하는 배우가 중요했다. 멋있는 영웅인 제하,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 유진을 몰락시켜야 하는 선한 인물의 안나의 불꽃 튀는 사랑과 위기 극복이 흥미롭게 펼쳐지려면 유진이 악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송윤아는 유진의 뒤틀린 야망 끝에 남편이자 이중적인 면모의 대선 후보인 장세준(조성하 분)의 배신이 있다는 것을 감정선에 잘 깔아놓으며 시청자들에게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을 잃어버린 것을 넘어 세준의 뻔뻔하기 그지 없는 행동은 유진이의 딱한 처지가 강조된다. 물론 현재까지는 안나의 어머니를 유진이가 죽였을 가능성이 높기에 향후 이 같은 동정 여론이 바뀔 수도 있지만 말이다. 욕을 해야하는 것인지 불쌍하게 여겨야 하는 것인지 참 애매한, 그래서 설득력 있는 악역이 유진인 셈이다. 송윤아는 이 같은 어디에 마음을 둬야할 지 모르겠는 악역을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혼란을 안기고 있다. 극중 인물이 단편적으로 보이지 않고 여러 얼굴로 해석되는 여지를 만드는 것, 보통의 연기 내공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송윤아는 이 드라마의 높은 흡인력을 책임지고 있다.
‘미스터큐’ 이후 18년 만에 악역을 맡은 이 배우는 우아하면서도 섬뜩한 유진을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게 연기한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송윤아의 표정과 말투를 감탄하면서 보다가 1시간이 훅 지나간다는 호평이 가득한 것도 이 때문. 연기 잘하는 배우로 유명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악역을 다시 연기하다보니 새삼스럽게 연기에 놀랄 일이 많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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