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형래의 거인의 꿈]'암흑기 도래' 롯데 야구는 어디를 향하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0.03 05: 59

사실상 암흑기가 도래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롯데 야구는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롯데는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6-11로 패했다. 롯데의 가을야구가 4년 연속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중흥기를 맞이했다. 그 뒤 2013년부터 올시즌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지난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간 경험했던 암흑기의 재림일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문제 제기도 가능한 상황이다.

올시즌 롯데는 조원우 신임 감독 체제 하에서 야심찬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 FA 시장에서도 활발히 움직였다. 내부 FA 송승준을 포함해 불펜 자원인 윤길현과 손승락을 영입했다. 이들을 붙잡는데 총 138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다.
코치시절 호평을 받으며 "언젠간 감독을 할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은 신임 감독, 그리고 프런트의 과감한 움직임 등 기대감은 증폭됐다. 하지만 시즌 뚜껑을 열어보자 자못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시즌이었다.
올해 시무식에서 이창원 대표이사는 "올해는 리그를 선도하는 구단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결정될 중요한 시기다"며 "리그를 선도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선 자신만의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롯데 구단의 올시즌 전체적인 로드맵과 구상은 여전히 생성되지 않은 듯 하다. 롯데가 추구하는 야구가 무엇인지 경기장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
롯데가 FA 시장에서 움직인 것은 분명, 올시즌에 성적을 낼 수 있는 전력을 갖추기 위함이었다. 지난해 약점으로 제기된 불펜 문제 해결을 위해 윤길현과 손승락을 시장에서 데려왔다. 아울러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고 물음표가 가득했던 선발진에 송승준을 눌러 앉힌 것도 선발진을 안정화 시키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파악하는 작업이 더뎠다. 기존의 자원에 플러스를 하면 당연히 결과물 역시 플러스가 될 것이라는 안이한 문제 인식은 화를 키웠다. 이미 투수진의 나이대는 높아질대로 높아졌다. 이들은 전력의 상수보다 변수에 가까워진 실정이다. 기존 자원들을 상수로 바라보고 시즌을 준비했는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시즌을 거듭할수록 새얼굴 찾기를 반복해야 하는 지경으로 흘렀다.
타선에서는 기본기와 세밀함을 강조했다. 지난 시즌과 같은 '뻥야구'를 지양하겠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강민호, 황재균, 최준석, 정훈 등은 커리어하이의 성적을 찍었다. 한 방을 갖춘 타선을 개혁하겠다는 의지였다. 조원우 감독 역시 '팀 퍼스트'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시대 판단이었다. 올시즌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규정타석 54명 가운데 41명이 타율 3할 이상을 기록 중이다. '3할의 예술'이라는 야구의 의미가 퇴색되었다. 롯데는 올시즌 정 반대의 야구를 펼쳤다. 홈런의 가치가 더 높은 시기에 도루를 중요시 했고, 원 히트 투 베이스의 시대에 하나의 베이스만 진루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득점력의 약화와 전체적인 타선의 폭발력을 잃어버린 원인이었다. 팀 타율 8위(0.287)와 OPS(출루율+장타율) 7위(0.792)의 저조한 득점력을 자초한 셈이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 포스트시즌에서 세밀한 플레이에 약점을 보인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시대는 이미 많이 바뀌었다.
그렇다고 정작 강조한 세밀하면서 지키는 야구, 기본기의 야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선수단의 구성상 작전과 주루에 능한 선수 자체가 몇 없는 가운데 단기간에 달라질리가 만무했다. 결국 롯데의 올시즌 야구의 색깔, '조원우호'의 야구를 정의내릴 수 있는 말은 없었다.
구단의 전력분석파트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구단이 지향하는 목표에 선수들을 억지로 끼어맞추는 것이 아닌, 현재 구성된 선수들의 특성에 맞춰 구단의 색깔을 적립해 나가는 것이 선수들의 동기 부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기존 선수들보다는 새로운 선수들을 발굴하고 개개인의 장점들을 파악하는 것도 급선무다.
이미 롯데는 7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안이한 판단들이 쌓이고 쌓이며 뒤늦게 정비 작업에 들었다. 올해까지 벌써 4년째다. 3년만 더 지나면 앞선 암흑기와 같은 기간이다. 제 2의 암흑기는 사실상 시작됐다. 더 이상 방황을 해서는 안된다. 이젠 정말 뼈를 깎는 쇄신과 인식의 변화로 롯데가 다른 길로 빠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방향설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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