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체제 한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
김성근 커리어 최초, 명예회복 기회 주어질까
2년 연속 실패한 김성근 감독, 과연 명예회복의 기회는 주어질까. 선택은 이제 구단의 몫이다.
김성근 감독의 개인 통산 2600번째 경기였던 지난 2일, 한화는 넥센과 대전 홈경기에서 패하며 남은 3경기에 관계없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확정됐다. 한화의 9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은 김성근 감독 체제 2년의 결과란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지금껏 맡은 팀마다 매번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에게 있어서도 커리어 최대 실패이자 치욕이 아닐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14년 10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한화 지휘봉을 잡았다. 당시까지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한화는 팬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계획에 없었던 김 감독을 덜컥 사령탑에 앉혔다. 그때만 하더라도 다른 것은 몰라도 성적만은 확실히 낼 것이란 맹목적인 믿음이 있었다.
김 감독의 커리어를 보면 그가 가는 팀마다 성적이 나지 않은 팀이 없었다. 특히 플레이오프 제도가 도입된 1986년 이후로 김 감독이 이끈 팀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들지 못한 건 쌍방울 이후 한화가 처음이다. 처음 감독을 맡은 1984~1985년은 전후기리그 제도로 한국시리즈만 열려 가을야구를 못했지만, 1986~1987년 2년 연속 OB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1989년 태평양으로 팀을 옮겨서도 만년 약체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끈 김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은 1991~1992년에도 포스트시즌을 지휘했다. 이어 창단 후 가을야구와 거리가 멀었던 쌍방울에 취임해서도 1996~1997년 2년 연속 가을야구 팀으로 변모시켰다. 그러나 재정난으로 주축 선수들이 다른 팀에 팔려나간 1998~1999년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실패했다.
결국 1999년 쌍방울 마지막 해에는 전반기를 끝으로 중도 해임됐지만 예외 케이스였다. 김 감독은 2001년 LG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감독 부임 첫 해인 2002년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SK에선 4년 반을 이끌며 4번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 우승 3번과 준우승 1번을 만들었다. 8월 중순에 김 감독이 물러난 2011년에도 SK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했다.
그러나 7번째 프로팀인 한화에선 2년 연속 실패만 맛보고 있다. 1990년대 말 쌍방울 시절에는 구단 지원을 받지 못해 누구나 인정하는 최약체였다면, 지금의 한화는 2년간 전폭적 투자로 팀 연봉 1위에 오른 호화군단이란 점에서 다르다. 올 시즌에는 특히 기본 5강에 우승 후보로까지 평가받은 팀이었다.
김 감독에게는 아직 계약기간 1년, 내년 시즌이 남아있다. 지난 2014년 부임 직후 마무리캠프 기간 김 감독은 "2년 계약을 하면 사람 마음이 급해지게 된다. 3년은 되어야 팀을 만들 수 있다"며 3년 계약에 의미를 뒀다. 안타깝게도 김 감독은 3년 계약에도 2년 내내 급하게 서둘렀고, 팀을 만들지 못했다.
김 감독은 2일 넥센전을 앞두고 일본인 미야모토 요시노부 편성부장과 일본에서 찾아온 고바야시 신야 인스트럭터를 만나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한 논의로 바빴다. 경기를 패한 뒤에는 원정 이동시간을 쪼개 8명의 선수들에게 특타를 지시했다. 피닉스 교육리그 멤버도 최종 확정한 뒤 2일부터 미야자키에 보냈다. 명단뿐만 아니라 교육리그 경기 기용 방법까지 짜놓았다.
김 감독의 내년 시즌 준비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선택은 구단의 몫으로 넘어갔다. 구단에선 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결정의 주체는 구단이 아니라 그룹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아직 시즌이 마무리되지 않았고 결정된 것도 없다. 시즌을 마친 뒤에야 (유임 또는 교체) 결정이 내려지지 않겠나. 조금 더 상황을 봐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 감독 체제에 2년 동안 한화는 성적을 내지도 못했고, 팀이 앞으로 나아질 것이란 미래 청사진도 흐릿하다. 과연 김 감독에게 계약 3년째, 명예회복의 기회는 주어질까. 커리어 최대 위기에 놓인 김 감독의 거취에 야구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