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하나의 공동 운명체다. 선수와 코칭스태프뿐만 아니라 구단 프런트 팬, 후원사, 마케팅 업체, 언론 관계자를 비롯해 야구장을 관리하는 지자체까지, KBO리그라는 하나의 매개체로 서로 협력하고 존중해야 하는 동업자 관계다. KBO리그에 관련된 모든 관계자들이 노력한 끝에 올시즌 KBO리그는 리그 창설 35년 만에 사상 첫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특히 각 구단 팬들의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과 치어리더들도 KBO리그의 중요한 구성체다. 각 구단마다 특색있는 응원가와 선수별 등장곡과 응원가는 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응원단장과 팬들은 호흡하며 야구장을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KBO리그가 만들어 낸 독특한 응원 문화는 야구붐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일본, 대만을 비롯해 미국 등 야구 문화권에서 '야구 한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날 사직구장을 찾은 관중은 총 1만5347명. 롯데 홈 팬들 뿐만아니라, 3루측 원정 관중석에도 약 1500~2000명의 NC 원정 팬들이 찾았다. 전체 관중의 약 10%에 해당했다. 응원 열기도 다수의 롯데 팬에 뒤지지 않았다. 전날(1일)에도 비슷한 수의 원정 팬들이 3루 관중석을 채웠다. 롯데 구단도 NC측의 요청으로 이날 원정 응원단상과 치어리더와 응원스태프 좌석 등을 지원했다.
경기는 NC가 11-6으로 승리를 거뒀다. NC의 올시즌 롯데전 14연승이 완성되던 순간이었다. 반면, 롯데는 특정 팀에 14연패를 당하며 올시즌 NC전을 1승15패로 마무리했다. 또한 롯데는 이날 트래직넘버 2가 한꺼번에 사라지며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 옥의 티는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나왔다. NC가 11-6으로 앞선 9회초 2사 2,3루 손시헌의 타석때 3루측 관중석에서 일이 벌어졌다. 3루측 원정 응원 단상에서 NC 응원단장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의 선창으로 "NC, 롯데 덕분에 올해 재밌었다. 내년에도 다시 찾아올께"라는 구호가 크게 들렸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상황에서 자신의 응원 팀이 아닌 상대 팀을 조롱한 콜이었다고 오해하고도 충분히 남았다. 도를 넘은 도발이었다. LG와 두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에도 서울 및 수도권의 원정팀 팬들이 대거 찾아오고, 원정 응원단도 항상 동행한다. 이 때문에 원정 팬들과 갈등도 종종 빚어지곤 했다. 하지만 상대 구단명을 직접 언급하며 조롱하고 도발하는 응원단장의 콜은 금기시 한다.
롯데 측은 이날 응원 콜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롯데 구단은 NC측에 이 응원콜에 대해 정식 항의했다. 롯데 관계자는 "NC 원정 응원단 쪽의 콜 때문에 우리도 NC에 정식으로 항의 했다. 도의적인 측면에서 원정 응원도 허락해준 것이다. 그런데 이번 구호는 비매너와 사고가 직결된 문제였다"고 밝혔다.
특정 팀을 상대로 14연패를 당했고 한 시즌 동안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것 자체도 부끄러운 성적이다. 그러나 롯데는 때 아닌 상대 응원단의 구호로 팬들과 선수들, 프런트 모두 두 번 상처를 받았다.
한때 롯데는 NC의 KBO리그 진입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이미 리그에 편입된 이상 최대한 리그의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이날 NC 원정 응원단의 응원은 공동체의 일원인 상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됐고 정도가 지나친 도발이었다.
한 구단의 응원 문화는 형성이 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응원을 주도하는 응원단장이 바뀌어도 그 문화를 이어간다. 응원 팀은 열렬히 응원하되, 상대 팀도 조롱이 아닌 존중하고 격려하는 시선으로 다가서는 응원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