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여 만에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으로 돌아온 최순호 감독이 복귀전서 성남FC의 상위스플릿 진출을 막아섰다.
포항은 2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서 열린 성남과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3라운드 원정 경기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성남은 상위스플릿행이 좌절됐다. 8위(승점 41)로 한 계단 떨어지며 하위스플릿행이 확정됐다. 포항(승점 41)도 간발의 차로 그룹B로 내려갔지만 최순호 감독 복귀전서 승리하며 장밋빛을 예고했다.
상하위 스플릿 기로에 선 성남의 발걸음이 더 급했지만 포항도 느긋할 순 없었다. 최진철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하위행이 사실상 결정되면서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난파 직전인 포항을 구할 구세주로 '레전드' 최순호 감독이 낙점됐다. 또 다른 전설 김기동이 코치로 보좌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4년까지 포항을 이끌었던 최 감독은 무려 12년여 만에 다시 강철전사들을 지휘했다.
경기 전 만난 최 감독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단 두 가지만 강조했다. 빠른 템포와 적극적인 수비다"면서 "지루하지 않고, 활기차고 즐거운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은 전반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눈에 띄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한 타이밍 빠른 패스로 성남을 위협했다. 포항은 전반 23분 심동운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본인이 차 넣어 1-0으로 앞섰다. 이 때까지만 하더라도 수비도 완벽에 가까웠다.
포항은 전반 36분 불의의 일격을 맞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남의 왼발 테크니션인 피투가 코너킥 찬스서 왼발로 감아 찬 공이 그대로 김진영 골키퍼를 지나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은 이후 성남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며 전반을 1-1로 마쳤다.
후반전도 팽팽했다. 팀의 레전드이자 새 수장에게 승리를 선사하려는 포항과 상위스플릿에 진출하려는 성남의 일진일퇴의 공방이 이어졌다.
팽팽한 균형을 깬 건 포항의 브라질산 미드필더 무랄랴였다. 골문 약 30M 지점서 오른발 중거리포로 성남의 골네트를 갈랐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무회전 슈팅이었다. 국가대표 골키퍼 김동준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골이었다.
포항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성남의 파상공세를 몸을 던져 막아냈다. 후반 43분엔 역습 찬스서 문창진의이 쐐기골을 넣더니 후반 추가시간엔 오창현이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며 대승을 자축했다.
포항이 새 수장에게 의미 있는 완승을 선사하며 부활을 예고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