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는 올 시즌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끓어오르는 분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시즌 최하위로 가장 많은 구슬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명 순위가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차등 확률 추첨에서 1순위가 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5순위까지 밀린 것은 ‘신의 장난’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당시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는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고심 끝에 결정한 선수가 바로 크리스티안 파다르(20·197㎝)였다. 어린 나이에서 볼 수 있듯이 많은 경력을 쌓은 선수도, 잘 알려진 선수도 아니었다.
하지만 김상우 감독은 당시 “높은 순번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파다르는 지명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였다. 다행히 최악은 아니었던 셈”이라고 애써 위안을 삼았다. 그리고 그 파다르는 2016 KOVO컵에서 뚜렷한 매력을 드러내며 우리카드의 ‘전화위복’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파다르는 이번 KOVO컵 4경기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예선 첫 경기였던 삼성화재전에서 무려 44득점을 기록했고, 상무와의 경기에서 18점,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도 13점을 보태며 맹활약했다. 3경기 모두 6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이었다. 평균 공격 성공률이 62.5%에 이르렀다. 김상우 감독은 “어쨌든 파다르가 매 경기 60% 이상의 공격 성공률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반색했다.
그런 파다르의 활약은 계속됐다. 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준결승전에서 28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포 몫을 톡톡히 했다. 이날도 공격 성공률은 61.11%에 달했다. 서브 득점도 5개나 됐다. 비록 팀이 세트스코어 1-3로 졌고 4세트 막판 다소 평정심을 잃으며 팀을 구하지 못했지만 단연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전날 저녁에 경기를 치르고, 반나절 만에 다시 코트에 선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이었다.
동료들이 파다르의 장점으로 뽑은 ‘체력’을 실감하는 경기였다. 주전 세터인 김광국은 “어려서 그런지 지치지 않는다. 토스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군말 없이 때리는 스타일”이라고 칭찬했다. 파다르는 이날 반대편 날개인 최홍석의 부진으로 자신에게 공이 많이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파괴력을 선보였다. 첫 출발이기는 하지만 조심스레 ‘합격점’을 내릴 수 있는 모습이었다.
힘이나 체력뿐만 아니라 공을 달래 때릴 줄 아는 공격수라는 평가다. 당초 “너무 어린 나이라 타향 생활에 힘들어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팀 선배들을 존중하며 코트 안팎에서 무난한 적응기를 이어가고 있다. 파다르가 우리카드의 불운을 보기 좋게 깨뜨리는 히든카드로 자리 잡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