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대표선수 안드레 에밋(34, KCC)이 자존심 싸움에서 이겼다.
전주 KCC는 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 KCC 아시아프로농구 챔피언십 1차전에서 중국프로리그(CBA) 우승팀 쓰촨 웨일스를 연장전서 92-90으로 이겼다. KCC는 2일 울산 모비스, 3일 웰링턴 세인츠(뉴질랜드)와 대결을 남겨뒀다.
두 팀의 에이스 외국선수 대결에 초점이 모아졌다. 에밋은 지난 시즌 신드롬을 일으키며 KCC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탁월한 일대일 실력으로 KBL에서는 수비가 곤란했다. 오죽하면 KCC가 너무 에밋에게 의존한 ‘몰빵농구’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마이크 해리스는 CBA의 지배자다. 그는 지난 시즌 평균 30.4득점, 11.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하메드 하다디와 함께 쓰촨에 CBA 우승컵을 안겼다. NBA 휴스턴에서 활약했던 그는 CBA에 정착해 최고외인으로 우뚝 섰다.
외국선수를 스카우팅하던 KBL 감독들도 직접 해리스의 기량을 보고 군침을 흘렸다는 후문. 하지만 KBL 선수의 수 배에 달하는 엄청난 몸값 때문에 구경만 해야 했다. 한 감독은 “해리스가 엄청나게 잘한다. 하지만 몸값을 듣고 바로 영입계획을 포기했다. 직접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에밋의 득점력이 해리스와 견줘 뒤질 것이 없었다. 에밋은 1쿼터 10점, 2쿼터 11점을 몰아치며 맹활약했다. 중국선수들도 에밋의 활약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해리스도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2쿼터 13득점을 몰아치며 에밋과 불꽃튀는 대결을 펼쳤다. 확률 높은 중거리 슈팅에 리바운드도 수준급이었다. 그가 어떻게 중국을 지배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KCC는 에밋과 리오 라이온스에게 득점의존이 지나쳤다. 추승균 감독은 두 선수를 연장전까지 풀타임 기용했다. KBL에서는 기용할 수 없는 방식이다. 두 선수는 무려 73점을 합작했다. 반면 국내선수 중 득점을 해결해주는 선수가 없었다. 김지후가 송교창이 7점씩 거들었다.
쓰촨은 해리스 외에도 득점원이 많았다. 중국대표팀출신 류웨이는 212cm 센터 슈타오와 픽앤롤 플레이를 펼쳐 멋지게 성공했다. 중국은 2미터가 넘는 슈터들도 3점슛을 가볍게 꽂았다. 198cm 장신가드 류웨이도 플로터를 기본적으로 쏠 줄 알았다. 개인기와 득점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한국선수들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에밋은 무려 44득점을 올리며 KBL의 자존심을 세웠다. 특히 4쿼터 종료 10초를 남기고 터트린 동점 레이업슛은 백미였다. 에밋은 몸값이 더 높은 해리스(31점, 18리바운드)와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리오 라이언스 또한 29점, 12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두 외국선수가 없었다면 KCC가 이기지 못할 경기였다.
에밋의 기량은 매우 뛰어났다. 다만 KBL의 주인인 한국선수들의 활약상은 아쉬웠다. 한국선수들의 외인의 보조자 역할에 만족하는 상황에서 프로농구 흥행은 요원하다. 국내선수들의 분발이 촉구되는 시점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학생체=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