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바꾼 인삼공사, V-리그 다크호스 예감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01 07: 02

KGC인삼공사는 V-리그 출범 이후 세 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정상(2005·2010·2012)에 올랐던 강호다. 2013-2014시즌까지만 해도 정규시즌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두 시즌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모두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지난 시즌은 답이 없는 시기를 보냈다. 인삼공사가 정규시즌 내내 따낸 승점은 단 22점이었다. 5위 도로공사의 승점이 41점임을 고려하면 너무 격차가 컸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팀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국내 선수들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지 못했고, 결국 패배의식 속에 무기력한 시즌이 이어졌다. 결국 시즌 뒤 이성희 감독 대신 서남원 감독을 영입하며 사령탑 교체라는 진통도 겪었다.
그런 인삼공사가 달라지고 있다. 정규시즌을 미리 들여다볼 수 있는 KOVO컵에서 한층 달라진 모습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새롭게 사령탑에 취임한 서남원 감독의 강도 높은 의식 개혁이 그 중심에 있다.

인삼공사는 30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의 역전승을 거뒀다.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포기하지 않은 끝에 값진 역전승으로 청주 체류 기간을 연장했다. 서 감독은 “그동안 훈련과 경기를 잘하면서 싸움닭이 되는 과정에 있었지만 이기는 경기를 못해봤다”라면서 “오늘 역전승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물고 늘어지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라고 승리 이상의 가치를 부여했다.
인삼공사는 변화 중이다. 선수단 구성부터가 그랬다. 오랜 기간 코트를 지켰던 이연주와 백목화가 팀을 떠났다. 핵심 선수들이 빠져 우려가 컸다. 그러나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더 과감해졌다. 최수빈 장영은 등 새로운 선수들은 범실과 블로킹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눈길을 모았다. 서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훈련 방식도 바꿨다.
서 감독은 “처음에 왔을 때 국내 선수들이 2단 공격을 올리면 연타로 툭 때리거나 페인트를 넣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었다. 때릴 자신도 없었고, 범실하면 혼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렸다”라면서 “생각을 바꾸는 데 노력을 많이 했다. ‘일단 때려라, 공격적으로 가라’, ‘용병한테 의존하지 말고 올라오면 해결할 생각을 해라’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했다. 해결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라는 것을 늘 강조했다”고 떠올렸다.
훈련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다양한 패턴을 섞었다. 서 감독은 “비치 발리볼 훈련을 1주일에 두 번 정도 했다”라고 귀띔했다. 모래에서 하는 배구이기 때문에 더 많은 체력이 소모됨은 물론, 좀 더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것이 비치 발리볼이다. 서 감독은 “기본기, 발 움직임 등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색다른 경험으로 선수들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데도 효과를 봤음은 물론이다.
인삼공사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주전 세터급이었던 한수지의 포지션을 다양한 각도에서 저울질 중이다. 서 감독조차 “어느 포지션에서 뛸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너털웃음을 지을 정도다. 하지만 어찌됐건 그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의식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는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움츠렸던 시간을 지나, 뭔가를 해보겠다는 의지로 불타오르고 있다. 서 감독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베테랑인 한수지는 “우리는 지금 나아가는 팀이다. 더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이 많다고 생각한다. 부담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잘 이겨내고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KOVO컵의 깜짝 스타 중 하나인 최수빈 또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운동을 하고 있다”라면서 팀 전체의 각오를 대변했다. 물론 인삼공사가 당장 우승권 전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뭔가의 변화가 있다면, 다크호스로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시기를 보낼 수는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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