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을 움직이는 힘, #열등감 #증오 #비우기 [인터뷰①]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10.04 14: 25

7년 만에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기덕 감독은 그가 만든 '어렵고 잔인한 영화'와 달리 푸근한 인상을 풍긴다. 위트 있는 말솜씨 또한 주변에 있는 사람까지 유쾌하게 만든다. 사람좋은 김기덕 감독이지만, 그는 자신을 움직이는 힘이 타인을 향한 증오와 열등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영화 '그물'로 돌아온 김기덕 감독을 지난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그물'은 배가 그물에 걸려 어쩔 수 없이 홀로 남북의 경계선을 넘게 된 북한 어부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치열한 일주일을 담은 드라마로 류승범 이원근 김영민 최귀화 조재룡이 출연한다. 

김기덕 감독은 '그물' 이야기에 앞서 자신이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 온 힘의 원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어제(9월 29일) JTBC '뉴스룸'에 출연했는데 손석희 앵커가 영화를 만드는 힘에 관해 질문해서 '증오'라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제가 영화를 만드는 힘의 원천은 열등감입니다. 타인을 향한 불편함이 쌓여서 공격성이 되고 저 같은 경우 그걸 영화로 표출하는 거였죠." 
열등감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김기덕 감독이지만, 그도 나이를 먹으며 변화를 겪었다. 세월이 모난 돌을 둥글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즘엔 열등감보다 '버리는 것'을 통해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아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수없이 세뇌당하잖아요. 부모로부터, 사회로부터요. 40대부터는 모은 것을 버리고 싶었어요. 누군가를 증오한다면 관용을 베풀고…그렇게 변화한거 같습니다." 
'그물' 또한 타인을 생각하다 만들게 된 영화다. 과거 김기덕 감독이 인간 본성이란 넓은 카테고리에서 메시지를 전했다면 '그물'같은 경우 분단국가, 이념, 그곳에서 생겨난 갈등에 집중했다. 
"예술을 하면서 개폼잡고 살기엔 너무나 불안한 시대가 현재입니다.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으로서 남북관계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첨예한 갈등이 있고 남북이 대화의 창구도 없어진 상황이니까요. 한번은 생각해 보고 함께 고민할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크린에 잔인한 장면이 직접 드러난다고 해서 '19금'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 인간을 자신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념과 전혀 다른 국가에 내던져놓은 '그물'이야 말로 잔인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운좋게도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봤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sjy0401@osen.co.kr 
[사진]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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