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저력은 건재했고, 이적생의 힘도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한국도로공사의 센터 정대영(35·184㎝)과 배유나(27·182㎝)가 외국인 선수를 대신해 분잔했다. 대회에서 조기 탈락한 도로공사의 한가닥 위안이었다.
도로공사는 30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했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당한 뼈아픈 역전패였다. 하지만 정대영과 배유나의 중앙 라인은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삼공사는 어쨌든 외국인 선수 알레나가 코트에 있었지만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시크라라는 주포를 떼고 벌인 경기였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이번 대회에 시크라를 출전시키지 않는 대신 국내 선수들의 기량 향상과 훈련 성과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취지는 좋았지만 해결사가 없는 이상 경기 양상은 다소 어려울 수 있었다.
그러나 도로공사에는 외국인 선수의 힘과 버금가는 득점원이 있어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중앙의 정대영과 배유나가 그 주인공이었다. 배유나는 이날 블로킹 4개를 포함,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0점을 오리며 공격을 이끌었다. 첫 경기였던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도 15점을 올리며 팀 최다 득점을 기록했던 정대영도 두 번째로 많은 16점을 보탰다. 보통 날개에서 점수가 많이 나는 특성이 있는 배구에서 중앙 공격수들이 원투펀치로 활약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프로원년인 2005년 현대건설의 유니폼을 입고 득점상·블로킹상·정규리그 MVP를 휩쓸며 자신의 시대를 알렸던 정대영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최고 레벨에서 경쟁하고 있다. 후위에 가면 대부분 코트에서 빠지는 센터 포지션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역대 V-리그 통산 득점 3위(3830점, 1위 황연주, 2위 한송이)에 올라있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국가대표급 기량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배유나 또한 V-리그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쾌조의 컨디션으로 올 시즌 전망을 환하게 밝힌 정대영, 그리고 FA 자격을 얻어 이적한 뒤 팀에 빠르게 녹아들어가고 있는 배유나 덕에 도로공사도 좀 더 짜임새 있는 배구를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시크라까지 가세할 경우 앞선 공격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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