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전북에 징계를 내렸다."
프로축구연맹이 스카우트의 심판매수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K리그 클래식 선두팀 전북 현대에 올 시즌 승점 9 감점과 함께 벌과금 1억 원을 부과했다. 연맹은 30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전북의 징계를 논의한 결과 이같이 하기로 결정했다.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왔던 전북엔 큰 타격이다. 전북은 올 시즌 리그 32경기 무패를 달리며 선두를 질주했다. 6경기를 남기고 2위 서울에 승점 14 앞서 있던 전북은 이번 징계로 격차가 5점으로 좁혀지면서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전북 스카우트는 지난 2013년 심판들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뒤 1심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경남FC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가 심판을 매수한 혐의로 승점 10점 감점과 함께 제재금 7000만 원의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상벌위원회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는 허정무 연맹 부총재를 비롯해 한웅수 사무총장, 조긍연 경기위원장, 조영증 심판위원장, 조남돈 상벌위원장 등 5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허정무 부총재의 사과문 낭독으로 시작됐다. 허 부총재는 "일부 구단과 심판의 그릇된 행동으로, 축구를 사랑하시는 팬 여러분께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면서 "깊이 반성하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 연맹 임직원 일동도 책임을 통감하며 그 어떠한 질책도 겸허하게 받겠다"고 사죄했다.
이어 "심판판정의 정확성 제고를 위해 심판판정에 비디오판독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문체부 및 프로스포츠협회의 시책에 적극 협력하고 공조해 더욱 효과적이고 입체적인 부정방지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해결책을 내놓았다.
다음은 조남돈 위원장과 일문일답.
-결정 배경은.
▲지난 5월 사건이 붉어졌다. 지금 상벌위원회를 연 이유를 말하겠다. 이번 사건은 다른 사건과 다르다. 경남 건은 발표 즉시 관련자들이 인정을 하고 검찰에서도 관련자를 공개해 사실 확정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반면 전북 사건은 금품 제공자와 금액도 불분명했다. 관련자가 청탁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해 사실 확인에 어려움이 많았다. 사실 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고, 지난 28일 법원의 판단이 있어 지금에서야 상벌위원회를 연 것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경남 대표이사는 코치를 통해 심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 유리한 판정을 청탁했다. 검찰 자료 및 관련 자료를 확인했다. 2015년 스카우터가 심판을 만나 유리한 판정을 청탁, 총 500만 원을 준 것이 드러났다. 암묵적으로 이루어져도 구단 직원과 심판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금품을 줄 이유가 없었다. 전북은 심판의 인격과 공정성에 손상을 입혔다. 축구 모멸적인 행동이며 반스포츠적인 행동이다. 심판 금품 제공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연맹의 리스펙트 활동을 정면 반박하는 행위다.
심판 금품 제공의 경우 유벤투스를 거론하면서 강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많았다. 유벤투스 건은 전북과 질적, 양적으로 다르다. 구단 단장 아들이 설립한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했다. 실제로 승부조작도 이루어졌다. 단장은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심판들에게 찾아가 소란을 피울 정도로 좌지우지하며 이탈리아 축구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 전북과 같은 기준으로 삼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전북 사건은 경남 사건에 이어 부수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다. 경남도 승점 10 감점인데, 전북의 강등은 심하다고 생각했다. 규모 역시 전북 구단 직원이 2명의 심판에게 5회에 걸쳐 500만 원을 준 사건과 구단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4명의 심판에게 19차례 6400만 원을 제공한 경남과는 액수 등 모든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전북과 스카우터는 심판에게 단순히 개인적인 제공이라고 주장했지만 스카우터 급여 수준으로 볼 때 100만 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대수롭지 않게 준 만큼 심판과 특수하게 특수하게 가깝다고 볼 수 없는 점, 돈을 줘야 할 이유도 없다. 금품 수수 심판이 이미 경남에 상당한 걸 받았다는 걸 봐서 설득력이 없다고 봤다. 해당 심판은 2013년 전북 경기에 8회 배당됐다. 재분석한 결과 특별히 유리하게 판정하거나 조작하려는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지방법원에서도 승부조작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북이 한국 축구의 위신을 추락시켰고,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했다. 일관성과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북의 선도적 위상이 심각한 이미지 손상을 초래했다.
-경남 사건과는 무엇이 다른가.
▲2014년 경남 구단 사장 비자금 조성 및 심판 매수 사건 조사 과정을 기준으로 삼았다. 일관성과 형평성을 고려했다. 경남이 당시 한 행위를 보면 사장이 직접 자금을 조성해서 코치를 시켜 6400만 원에 심판을 매수했다. 반면 전북은 구단의 지휘부와 수뇌부가 관여한 증거가 없다. 연맹도 파악하려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전북 스카우터 개인이 한 사건으로 판결이 났지만, 연봉이 8000만 원인 사람이 100만 원을 주는 건 이해가 안된다. 또한 경기를 앞두고 준 걸 봤을 때 개인의 행동으로 볼 수 없다. 구단이 알고 했을 거라 미루어 짐작했다. 전북이 직접 관여를 안했다 하더라도 직원관리라는 책임도 있다.
-더 빨리 상벌위를 열어 징계할 수 있었는데.
▲관련자가 심판에게 100만 원을 준 사실이 없다고 했다. 진술서를 제출하라고 했는데 오늘까지 안냈다. 우리도 자료가 기사 뿐이다. 일일히 파악을 해야 한다. 돈도 '용돈 좀 줬다. 청탁도 없었다'고 했는데 확인하기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징계를 객관적으로 공정하기 위해 어떠한 다른 근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면 경남-전북 사건에 판례가 되는가. 지난해든 올해든 과거에 벌어진 것과 최근에 벌어진 것의 차이가 있는지.
▲단순히 형평성만 고려하면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 경남과 전북의 사건은 질면에서 다르다. 경남은 사장이 직접 자금을 조성해 많은 금액을 줬다. 각 사안마다 사건 정황과 개선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행위의 질과 양이 기준이 된다. 실제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 심판이 돈을 받은 뒤 특별히 유리한 판정을 했는지 세밀히 분석했지만 없었다.
-경남의 징계가 전북의 징계에 영향을 미쳤나.
▲장시간 논의를 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리그 사정은 감안하지 않았다. 감안하면 객관성을 잃게 된다. 다만, 징계가 갖는 객관적 의미, 징계 요소만 판단했다. 경중은 각자 판단하기 나름이다. 경남 건도 심각한 고민을 했다. 당시 경남은 2부리그로 떨어진 상황에서 징계를 했다. 상당히 열악한 상황을 감안해 그런 결과가 나왔다. 가볍지는 않았다.
-연맹에서 승부조작 전수조사 의지 있는지.
▲답변하기는 어려운 질문이다. 파악한 바로는 다른 사건이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맹 입장에서는 어떤 건이든 전혀 감출 의사가 없다는 걸 들었다. 연맹은 굳이 감출 게 없다. 연맹의 심판제도를 개혁하기 전 사건이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가감 없이 도려내려는 의지가 있는 걸로 안다.
-전직 심판위원장 징계는 고려 중인가.
▲논의를 했지만 경남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을 일괄 정리해 조만간 조치할 계획이다.
-승점 삭감 적용 시기는 어떻게 결정했나.
▲일각에서는 승점 삭감 시기를 내년으로 넘겨야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징계는 징계 그 자체다. 가져오는 부수적 효과를 감안해서 어떤 팀이 유리해지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했다. 집행 가능할 때 했다. 유리하든 불리하든 징계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내년에 적용되면 보는 시각에 따라 '전북 우승을 확정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부수적인 효과는 감안하지 않았다.
-승점 9 감점은 어떻게 나왔나.
▲기준 최하점은 없다. 심판 2명이 금품을 받고 심판한 게 8경기다. 전북이 이 8경기서 얻은 승점은 12다. 해당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없던 점, 전북의 불성실한 태도를 감안해서 나왔다.
-1억 원 벌금은.
▲상벌 규정에 보면 1부리그와 2부리그의 제재금엔 차등을 줄 수 있다. 2부리그는 제재금을 절반 정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북은 1부리그다. 1억 원이 경남의 7000만 원과 비교할 수 없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