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질투’ 공효진, 언제쯤 사랑을 다 알까요
OSEN 라효진 기자
발행 2016.09.30 10: 55

오랜만에 만난 짝사랑 상대의 가슴을 주무르는 것부터 범상치 않았다. 보도국 사람들 심부름을 도맡아 하며 쩔쩔 매는 걸 보면 자존심도 없는 것 같다. 낙지처럼 엉겨 붙고 오지랖을 펄럭이는 건 아주 일관적이다. 언뜻 보기에 ‘질투의 화신’ 공효진은, 입체적이다 못해 이상한 여자다.
SBS ‘질투의 화신’의 표나리(공효진 분)가 이화신(조정석 분)과 고정원(고경표 분) 사이에서 본격 양다리 로맨스를 시작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나리는 분명 정원에게 “당신을 좋아해요”라고 말했는데, 그가 하는 행동을 보면 나리의 남자친구는 화신인 것만 같다.
앞서 화신은 30% 정도 맑은 정신으로 나리를 찾아가 사귀자고 말했다. 3년 동안 날 짝사랑한 게 아깝지 않냐고, 본전 찾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이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나리의 표정은 미련 없이 산뜻했다. 지난 3년, 나리가 그 짝사랑에 정말로 최선을 다했다는 방증이었다.

그때 화신이 애타게 찾던 컵라면처럼, 화신을 향한 나리의 마음은 자기도 모르는 곳에 숨겨져 있었다. 이미 없어진 줄 알고 존재조차 잊은 감정이다. 3년의 짝사랑으로 연애 기력을 소진한 나리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 같은 정원에게 본능적으로 끌린다. 이제는 나리도 기댈 곳이 필요했을 터다.
허나 정원과 있는 나리는 어딘가 불편해 보인다. 신세지는 것도 싫어하고, 정원이 그렇게 바라던 반말 한 번을 시원하게 해 주지 않는다. 코를 풀어 주겠다는 정원에게 “저 코 안 나와요”라며 창피할 만한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그 표나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원 앞에서 낯을 가린다. 그런데 화신 앞에서 나리는, 180도 달라진다.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존대에 반말을 은근 슬쩍 섞고, 방사선 치료를 받으러 가지 않는다며 때리는가 하면 코 푼 휴지도 손 위에 서슴없이 올려 놓는다. 화신을 짝사랑할 때부터 그의 곁에 낙지처럼 붙어 있었는데, 이는 정원의 여자친구가 된 후에도 마찬가지다. 무시하면 반응할 때까지 주위를 맴돌고, 갔나 하면 저 편에서 화신을 지켜보고 있다.
지난 29일 방송에서는 화신을 생각하는 나리의 마음이 스스로도 모르는 새 점점 부풀어 갔다. 이제 이화신이라면 ‘척하면 척’ 상태가 된 나리는 자신의 말에 대꾸하지 않는 화신에게 수를 쓴다. 화신이 정원의 얘기만 나오면 입을 여는 이유가 죄책감인 줄도 모르고, 그저 그와 대화하기 위해 정원을 화제로 꺼낸다. 결국 나리가 묻고 싶었던 것은 마지막 말, 화신이 홍혜원(서지혜 분)과 사귀냐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결론이 나온다. 나리는 화신을 여전히 좋아하지만, 그간의 괴로움으로 생긴 방어벽 안에 그 마음을 넣어둔 뒤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마치 숙직실 구석의 처박혀 있던 컵라면처럼.
‘질투의 화신’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드라마다. 시청자들은 화신의 감정을 전부 알고 있는 채로 삼각관계 속 인물들을 바라본다. 나리의 행동이 언뜻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까닭은, 화신의 입장이 된 시청자들이 그를 바깥에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리의 모습들을 찬찬히 조각모음해 보면, 그 퍼즐은 화신의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리가 언제쯤이면 사랑을 다 알 수 있을지 기다려진다. 화신은 이미 나리의 이름을 쓰다가 벅차서 멈출 정도로 마음이 커졌으니 말이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질투의 화신’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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