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성공’ 현대캐피탈, 키는 문성민이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30 06: 02

조별예선 탈락의 성적표로 2016 KOVO컵을 마감한 현대캐피탈이지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표정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이 상당히 만족스럽다”라며 다가오는 정규시즌을 기약했다.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지만, 현대캐피탈에게 이번 KOVO컵은 파격적인 실험의 연속이었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전술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기본적으로는 포지션이 파괴됐다. 전형적인 중앙 공격수였던 신영석이나 최민호가 날개로 가고, 반대로 날개 공격수들이 가운데를 침투하곤 했다.
지난 시즌이 몇몇 패턴이 선수들 사이에서의 ‘창의성’에서 비롯됐다면, 올 시즌을 앞두고는 그런 토털 배구를 시스템화하겠다는 최 감독의 의지가 코트 곳곳에서 읽히는 대회였다. 비록 성적이 좋지 않아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최 감독이 선수들의 노고와 의식 개혁에 높은 점수를 준 이유였다. 최 감독은 “일단 한다, 하면 된다라는 긍정적인 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수확”이라고 했다. 변화의 기초공사는 마쳤다는 것이다.

이제 덧칠이 남았다. 최 감독은 이번 KOVO컵에서 나온 여러 가지 포메이션 중 1~2가지를 압축해 기본 전략으로 사용할 뜻을 드러냈다. 최 감독은 “너무 여러 포메이션을 쓰면 선수들이 혼란스럽다. 하나를 쓰되, 상대 팀에 따라 맞춤형으로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을 더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 나올 새로운 전술은 없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그 완성은 문성민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성민이 팀에서 차지하는 전략적·구심점의 가치는 지난 시즌 정규시즌 우승으로 충분히 증명이 됐다. 하지만 올해는 그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최 감독의 진단이다.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외국인 트라이아웃에서 레프트 공격수에 가까운 톤 밴 랭크벨트를 뽑았다. 리시브와 수비, 전술적 움직임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전형적으로 ‘큰 공격’을 때려줄 만한 선수는 아니다.
최 감독도 톤에 대해 “빨리 현대캐피탈의 배구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공격 쪽에서는 힘이 다소 부족하다. 2단 상황에서 공격에 약할 수 있다”라고 인정했다. 결국 라이트 공격수로 나설 문성민이 해결사 몫을 해야 한다. 최 감독은 “일단 조금 정교해진 플레이를 하려면 (문)성민이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거기 성민이의 공격 성공률이 높게 나와야 한다”고 키 플레이어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문성민은 토종 최고의 공격수로 손꼽힌다. 몇 차례의 부상과 수술 때문에 한창 좋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시각은 있지만, 속도와 타점 등 전반적인 면에서 정상급 공격수로 뽑히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문성민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오프시즌에 계속 수술대에 오르며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그에 비하면 올 시즌은 준비 상황이 그나마 낫다는 평가. 문성민이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배구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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