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증명’ KB손해보험, 정교함까지 잡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9.30 05: 56

올 시즌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B손해보험이 ‘높이의 힘’으로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높이에 맞는 정교함을 갖추는 것이다. 정규시즌이 시작될 때까지의 팀 내 최대 화두다.
KB손해보험은 29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현대캐피탈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이기고 준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컵 대회 결과이긴 하지만 전통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승리했다는 점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다. 여기에 올 시즌 팀의 장점으로 여겼던 ‘높이’의 가능성을 엿봤다는 점은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사실 KB손해보험은 전통적으로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면 팀 컨디션이 급격하게 저하되는 양상이 짙은 팀이었다. 큰 공격에 의존하는 팀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범실도 많았다. 그런데 이날은 다른 양상이었다. KB손해보험은 이날 전체 팀 공격 성공률이 40.17%에 머물렀다. 현대캐피탈(45.45%)보다 못했다. 그러나 결국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가져갔다.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은 이러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승리 비결로 ‘센터진’의 활약을 뽑았다. 큰 공격이 아닌, 중앙에서의 속공으로 잘게 썰어 들어가는 공격이 적시적소에 터지며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날 중앙의 하현용은 8점, 이선규는 6점을 기록하며 날개 공격수들의 뒤를 든든하게 바쳤다.
현대캐피탈에 절대 약세를 보였던 블로킹에서도 12-13으로 거의 대등했다. 여름이적시장에서 베테랑 센터 이선규(199㎝)가 영입됐고 부상이 있었던 하현용(197㎝)이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대회를 치르고 있다. 한쪽 날개에는 김요한(200㎝)이 버티고 있고, 여기에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장신축에 속하는 아르투르 우드리스(212㎝)가 가세해 장신 숲이 만들어졌다. 이날 김요한과 우드리스가 4개의 블로킹을 기록한 것을 비롯, 팀 12개의 블로킹이 이 네 명의 손에서 모두 나왔다.
강 감독도 올 시즌 팀의 강점으로 높이를 뽑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강 감독은 “우리 팀의 올 시즌 강점으로는 높이를 보고 있다. 작년에는 사실 센터 부문에서 고전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속공 성공률이 꽤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KB손해보험의 3경기 속공 성공률은 63.16%로 한국전력(65.71%)에 이어 2위다. 속공 성공률은 KB손해보험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세터 권영민과 이적생 이선규는 현대캐피탈 시절 손발을 맞춘 적이 있어 호흡 측면에도 큰 문제가 없다. 강 감독은 “여기에 손현종이 정규시즌에 합류하면 높이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은근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건은 정교함이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신장이 전반적으로 좋은 팀은 잔발이 약할 수 있다. 세밀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 감독도 “팀에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인정했다. 새 외국인 선수 우드리스와 같은 선수가 그렇다. 강 감독은 “지금도 너무 높게만 때리려고 한다. 그러면 상대 블로커가 따라와 자리를 잡는다. 높이의 효과가 반감된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정규시즌에 이르기 전 최대한 이런 문제점을 줄여간다는 생각이다. 강 감독은 우드리스에 대해 “이날 경기를 앞두고도 좀 더 낮게, 대신 빠르게 때리라는 주문을 했는데 아직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라면서도 “기본적인 신장이 있어 아예 낮게는 못가겠지만 나름대로 순발력도 어느 정도 있는 선수다. 빠르게 하는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손해보험이 선천적인 높이에 정교함까지 가미한다면 올 시즌 리그 판도를 흔들 힘이 생긴다. /skullboy@osen.co.kr
[사진] 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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