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권혁수 "첫 반인반수 역할…발연기 고생"[인터뷰]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6.09.29 16: 48

 배우 권혁수가 핫하다. tvN 'SNL코리아' 시즌2부터 시즌8까지 고정크루로 꾸준히 활약했던 그는 최근 'SNL-더빙극장'을 통해 뒤늦게 대박을 터뜨렸다.
시트콤 '거침없이하이킥' 속 나문희의 "호박고구마"를 외치는 장면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올림포스 가디언'의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아폴론 등을 제각각 맛깔나게 소화하며 '더빙극장'을 'SNL코리아'의 인기코너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 24일 방송분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양(목축)의 신 반인반수 판으로 변신, 또 한 번 빙의된 듯한 몰입연기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SNL-더빙극장'을 촬영하던 마포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OSEN과 만난 권혁수는 '판'으로의 변신에 대해 "많은 역할을 소화했지만, 반인반수는 이번이 처음이다"고 해맑게 웃으며 "조만간 이(반인반수)도 익숙해질 것 같다. 반인반수가 아닌 다른 독특한 변신들도 더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권혁수는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제작진의 요청에 과감하게 입고 있던 바지를 벗어던지는 '하의실종'을 감행했으며, 반인반수로 변하기 위해 뾰족한 귀와 공들인 메이크업 등을 소화해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촬영 내내 이어졌던 '발(?)연기'다. 그는 인간이 아닌 판의 구부정한 포즈를 위해 계속 발끝으로 서서 연기했다. 상체만 화면에 잡히는 팬파이트 연주 장면에서도 권혁수는 꿋꿋하게 발끝으로만 체중을 지탱하며 더빙 연기를 이어갔다.
촬영 후 권혁수는 "발끝으로 서 있는 판의 포즈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더빙극장'이 준비한 나름 비장의 캐릭터였던 만큼 그 디테일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발끝으로 서있는 모습은 실제 방송된 'SNL-더빙극장'에는 아폴론과 마주한 전신샷에서 1초도 채 등장하지 않았던 것을 보았다면, 앞서 권혁수가 연기했던 수많은 캐릭터들에 우리가 몰랐던 숨은 디테일이 얼마나 많았을지를 짐작케 했다.
그는 이제 누군가에게는 '호박고구마', 또 누군가에게는 '김경호 모창', 또 이제는 '디오니소스' '오르페우스'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권혁수는 "여태껏 다른 사람이 날 어떤식으로 생각할지를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매번 여자들에게 그렇게 차였던 것 같다"는 느닷없는 고백(?)을 하더니, "어떻게 봐주시면 좋을까를 지금 생각해보니 '뭐든 잘하는', '어떤 연기를 하든 소화가능한' 그런 배우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SNL코리아'와 앞서 출연했던 드라마 '운빨로맨스', 그리고 그 이전의 연극 무대 등을 떠올리며 "정극 연기라는 게 좀 어려운 개념"이라며 "콩트에 출연한다고 해서 거짓 감정으로 인물을 연기하지 않는다. 또, 콩트에 비해 드라마가 돈을 더 벌고, 위대한 콘텐츠라는 생각을 하지도 않는다. 호흡의 차이는 있지만, 적재적소에서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한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연기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내비쳤다.
'SNL코리아' 크루를 거쳐서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질투의 화신' 등에서 배우로 활약중인 고경표, 그리고 '운빨로맨스'에서 호흡했던 동갑내기 배우 류준열 등과 연락을 지속하고 있음을 전하며 "너무 재미있게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 자리를 지키면서 연기를 꾸준히 하면, 언젠가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는 말로, 향후 그들과의 작품 호흡에 대한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코믹한 이미지'로 굳혀질까를 고민했던 권혁수는 이제 없다. 그는 "절대 걱정 안한다. 이건 분명 지금만 할 수 있는 거고, 내가 잘하는 일"이다는 것을 강조하며 "콩트나 정극이나 글을 쓰는 단계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썼느냐의 차이가 날 뿐, 연기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같다.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를 고민하는 건 어차피 동일하다"고 거듭, 모든 연기에 대한 배우로서의 애착을 드러냈다. / gato@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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