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 PD "조정석X공효진, 상징적 대사 귀신같이 연기"[인터뷰②]
OSEN 박진영 기자
발행 2016.09.29 09: 30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질투라는 감정에 휩싸인 세 남녀의 로맨스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또 코믹하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맛깔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호연 역시 일품. 여기에 드라마를 자세히 보다보면 발견할 수 있는 디테일한 연출은 '질투의 화신'의 또 다른 재미 포인트로 여겨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이 바로 5회 엔딩에 등장한 표나리(공효진 분)와 이화신(조정석 분)의 슬리퍼다. 표나리의 슬리퍼는 가지런히 놓여있는 반면 이화신의 슬리퍼는 양쪽으로 활짝 벌려져 있는데, 시청자들은 이것이 현재 두 사람의 마음 상태를 뜻한다고 예측했다.
또 표나리와 이화신의 마음 상태는 화장실 안내판의 그린라이트와 레드라이트로 표현이 됐고, 고정원(고경표 분)과 이화신이 복싱을 할 때 등장한 뒤통수 때리는 애니메이션이나 "포기는 패배자의 변명일 뿐이다", "승부는 링 밖에서 결정된다" 등의 문구눈 두 사람이 표나리를 사이에 두고 로맨스 전쟁을 치룰 것이라는 복선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외에도 방송 초반 등장하는 소품컷, 통통튀는 효과음 등 기발하면서도 깨알같은 재미를 유발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이에 드라마 애청자들은 연출자인 박신우 PD를 '갓신우'라고 표현할 정도. 하지만 박신우 PD는 최근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반응에 대해 "특별할 건 없다"며 무척이나 쑥스러워 했다.
- 드라마 속에서 디테일한 연출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고 또 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이 굉장히 많다.
"'질투의 화신'은 주제 의식이 분명한 드라마다.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계급이나 젠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드라마다. 그런데 저는 시청자들이 그걸 어렵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을 넣으면 보는 이들의 마음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던 거다. 시청자들이 보고서 이런 의도라는 것을 정확히 알아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선명하지 않은 의도들을 많이 던졌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고 저렇게 해석할 수도 있게 했다. 이렇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니까 다들 재미있어들 하시는 것 같다."
- 슬리퍼나 그린라이트 같은 경우, 시청자들이 해석하고 있는 것과 다른 부분이 있나?
"그린라이트나 레드라이트는 선명한 표현이 맞다. 화신이가 워낙 말을 못되게 하지 않나. 하지만 알고보면 이 아이가 원래 그런 애는 아니다. 그래서 화신이 마음을 표현하고자 그렇게 넣은 부분이 있다. 슬리퍼는 열리고 닫혔다로 보시는 분들이 있을테다. 하지만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다. 정돈을 하고 안 하고 하는 캐릭터의 성격이 될수도 있고, 화살표나 가위바위보의 뜻도 있다. 보는 이에 따라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어서 넣어놓은건데 이렇게 주목을 받을 거란 생각은 안했다. 작가님이 대사에 복선이나 상징적인 의미를 많이 담아놓으셨고, 배우들이 일상 대사임에도 그 안에 있는 의미를 귀신같이 잘 표현한다. 그래서 그림의 숨은 뜻까지도 더 고민을 하시게 되는 것 같은데, 이 때문에 연출이 도드라지는 것 뿐 사실 저 말고도 모든 PD들이 자기만의 의미가 담긴 그림을 많이 넣어놓는다."
- 복싱장에서 뒤통수를 때리는 애니메이션이나 방송 전 등장하는 그 회차의 중요 소품샷 등 깨알같은 재미의 볼거리가 많다.
"즐길거리가 많으면 좋지 않나. 예능도 보면 예전에는 사람들이 나와서 얘기만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는데 거기에 자막이 들어가고 그 위에 애니메이션을 얹으면서 재미없게 지나갈 부분도 재미있게 살려준다. 화면 속 많은 정보를 즐기기 시작했다. 저희 세대나 윗분들은 정보를 한 번에 알아채기 힘들지만, 영상에 익숙해져 있는 세대들은 잠깐만 봐도 한번에 그 정도를 받아들이더라. 스마트폰으로 여러가지를 한 번에 봐서 그런 것 같긴 한데, 그런 젊은 친구들까지도 즐길 거리가 있으면 조금 더 봐주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를 하게 됐다. 저 말고도도 중요한 장소를 배경으로 쓴다거나 부제를 재미있게 넣는다거나 하는 시도들은 많았다. 그런 시도의 일환일 뿐 저희만 했다거나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저는 그저 은유와 상징을 담아내는 작가님과 이를 잘 살리는 배우들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parkjy@osen.co.kr
[사진] SM C&C 제공, '질투의 화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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