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리그 MVP 경쟁구도는 3관왕 삼파전이다. 투타에서 각종 기록들을 정복하고 있는 니퍼트(35, 두산 베어스)·최형우(33, 삼성 라이온즈)·테임즈(30, NC 다이노스)가 MVP를 향해 서로 물고 물리고 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니퍼트의 MVP 수상이 유력해보였다. 올 시즌 니퍼트는 27경기 165⅓이닝을 소화하며 21승 3패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 중이다. 리그 유일의 2점대 평균자책점·20승 달성자. 승률은 8할7푼5리에 달한다. 평균자책점·다승·승률 세 부문에서 1위를 예약했다. 지난 18일 kt전에서 21승째를 수확, 1승만 더하면 21세기 최다승 타이와 함께 MVP 트로피도 가져가는 듯했다.
하지만 니퍼트는 27일 한화전에서 불펜진이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22승에 실패했다. 두산은 정규시즌 종료까지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1위를 확정지은 만큼, 허준혁 안규영 이현호 등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려고 한다. 두산이 더 이상 니퍼트를 내세우지 않는다면, 니퍼트의 올 시즌 기록에도 마침표가 찍힌다.
반면 최형우와 테임즈의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남은 경기 활약을 통해 기록을 쌓는 게 가능하다.
최형우는 타율(0.374)·타점(137)·안타(186개)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삼성이 시즌 종료까지 7경기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타점 신기록에도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다. KBO리그 통산 한 시즌 최다타점은 지난해 박병호가 기록한 146타점이다. 4경기 연속 타점을 올리고 있는 최형우의 페이스를 감안하면, 넘보지 못할 숫자도 아니다. 삼성 테이블세터진이 얼마나 찬스를 만드느냐에 따라, 최형우의 MVP 수상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테임즈는 홈런(40개)·득점(117)·장타율(0.676)에서 정상에 있다. ‘홈런왕=MVP' 공식을 감안하면, MVP 트로피에 가장 근접했을지도 모른다. 테임즈는 홈런 레이스에서 SK 최정에 1개 차이로 앞서고 있는데, 잔여 경기 수에서 차이가 크다. 시즌 종료까지 NC는 10경기, SK는 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홈런 경쟁에서 테임즈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그런데 테임즈는 지난해 이미 MVP를 수상한 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기록적으로 봐도 지난해가 더 뛰어났다. 테임즈는 2015시즌 타율 3할8푼1리 47홈런 40도루 OPS 1.287로 KBO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최초로 40-40 달성자가 됐고, KBO리그 통산 가장 높은 장타율(0.790)도 남겼다. 올해도 엄청난 숫자를 찍고 있지만, 지난해보다는 못하다.
홈런수가 줄어든 것도 테임즈에게 불리하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타자가 MVP 2연패에 성공한 경우는 3차례 있었다. 3차례 모두 홈런왕이 MVP에 올랐고, 이전해보다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1991년과 1992년 MVP가 된 장종훈은 1991시즌 35홈런, 1992시즌 41홈런을 쳤다. 이승엽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MVP 3연패를 달성했는데, 3년 동안 홈런수가 39-47-56으로 상승했다. 2012년과 2013년 MVP를 수상한 박병호도 2012시즌에는 홈런 31개, 2013시즌에는 홈런 37개로 홈런수가 증가했다. 테임즈가 MVP 2연패에 성공하기 위해선, 남은 10경기서 홈런 7개 이상을 기록, 지난해 자신의 홈런수를 따라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만일 당장 시즌이 종료된다면, 니퍼트의 MVP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그러나 최형우가 역대 최다 타점을 올리거나, 테임즈가 홈런을 몰아친다면, 니퍼트의 수상을 장담할 수 없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10일 남은 가운데, MVP 삼파전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