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76안타 기록…2014년 개인 최다 경신
거듭된 변화+기나긴 슬럼프, 손아섭에겐 약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손아섭(28·롯데)은 손아섭이었다.
손아섭은 올시즌 다소 부침이 있었다. 시즌 초반, 궁극적인 목표인 장타 증가를 위해 트레이드마크였던 배트 테이핑을 포기하고 배트를 길게 잡기 시작했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타율 3할3푼3리 3홈런 14타점 23득점 OPS(출루율+장타율) 9할5푼6리를 기록하며 길게 잡은 배트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5월 이후가 문제였다. 손아섭은 침묵했다. 5월 타율 타율 2할6푼2리 OPS 7할6푼2리로 부진했다. 타구의 질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결국 5월 말, 손아섭은 다시 배트에 테이핑을 감았다. 예전의 손아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 이후에도 손아섭은 잠잠했다. 6월에도 타율 2할7푼1리 OPS 7할3푼3리에 머물렀다.
그래도 손아섭은 두 달의 기나긴 슬럼프를 끝내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7월 월간 타율 3할7푼3리 2홈런 12타점 17득점 OPS 9할5푼2리로 회복세로 돌아섰다. 8월에도 타율 3할4푼4리로 감각을 이어갔고 9월, 손아섭은 자신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9월 타율 3할9푼2리 4홈런 19타점 19득점 OPS 1.154로 폭발적이다. 9월 4개의 홈런은 올해 자신의 월간 최다 홈런이다. 결국 장타 욕심을 버린 것이 도리어 장타의 증가라는 전화위복이 됐다.
지난 27일 kt전에서도 3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팀의 9-7 역전승을 일궜다. 1회 선제 적시 2루타, 6회 추격의 밀어내기 볼넷, 그리고 8회말 1사 만루에서 역전의 발판을 만드는 2타점 적시타까지. 말 그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이날 경기 전까지 173안타를 기록 중이던 손아섭은 3안타를 추가하며 지난 2014년 기록했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안타 175개를 176개로 경신했다. 경기 수가 2014년 128경기보다 늘어난 144경기이고, 올해 손아섭이 리드오프로 출전해 많은 타석을 소화한 것이 차이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이정표를 세우는 시즌임에는 분명하다.
어느덧 손아섭의 시즌 누적 성적도 타율 3할2푼6리(540타석 176안타) 16홈런 79타점 114득점 OPS 9할5리가 됐다. '부진했다'고 한들, 최다 안타 순위 5위에 손아섭의 이름이 위치해 있다(9월 27일 기준).
손아섭은 "부진했던 5월과 6월의 시간에 아쉬움이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고 힘들었던 시간들 속에서 변화를 통해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 같다"면서도 "장타를 위해 배트 테이핑을 푼 것, 그리고 다시 테이핑을 한 부분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달의 슬럼프, 그리고 변화를 거듭했던 기간이 손아섭에겐 약이 됐다.
여전히 팀은 9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9위에 있다고 모두가 무기력하다면 팀이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역시'라는 얘기를 듣으며 돌아온 손아섭이 있기에 롯데도 아직까지는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