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KIA 킬러’ 허프, WC 1차전 선발 예약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9.27 21: 59

베스트 구위는 아니었다. 평소처럼 구속이 150km를 넘지 않았고,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의 변화도 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에이스’라 불리기에 부족하지 않은 투구를 했다. LG 트윈스 좌완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올 시즌 가장 중요한 KIA 타이거즈와 2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LG는 27일 광주 KIA전에서 6-1로 승리, 4위 확정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었다. 정규시즌 종료까지 6경기가 남은 가운데, 4위 매직넘버 3이 됐다. 경기 전까지 매직넘버 5였는데, 4위 경쟁팀인 KIA를 꺾으면서 매직넘버 2를 지웠다. 이로써 LG는 앞으로 3승 3패만 해도 자력으로 4위가 된다. 물론 KIA가 남은 5경기서 3패를 해도 LG는 4위를 확정짓는다.
이렇게 LG가 4위를 눈앞에 둔 데에는 허프의 활약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반기 류제국과 함께 선발진을 이끌고 있는 허프는 지난 15일 잠실 KIA전에서 7⅓이닝 2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렸고, 12일 후에도 KIA를 압도했다. 이번에는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0의 행진과 함께 시즌 6승에 성공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2.99로 낮췄다. 무엇보다 허프는 LG에 있어 악몽이나 다름없었던 양현종과의 매치업에서 연속으로 우위를 점했다. 이전까지 LG는 무려 805일 동안 양현종을 내세운 KIA에 승리하지 못했었다. 

호투의 요인은 안정된 로케이션과 꾸준히 변화를 준 투구패턴. 이날도 허프는 경기 내내 원하는 곳에 공을 넣었다. 반대투구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상대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으로 타이밍을 빼앗았다. KIA 타순이 한 바퀴 돌기도 전에 우타자 바깥쪽 패스트볼의 비중을 높여가며 상대를 혼란에 빠뜨렸다. 허프는 이날 경기 전까지 우타자를 상대로 몸쪽 패스트볼·바깥쪽 체인지업을 고수하다가 경기 후반에 패턴을 바꾸곤 했다. 
그런데 이날은 12일 전 KIA와 한 차례 상대한 것을 의식한 듯 변화를 빠르게 가져갔다. 특히 2회말 필과의 첫 번째 승부에서 필을 바깥쪽 패스트볼로 헛스윙 처리한 게 컸다. 4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다시 필을 만났는데, 필은 초구 바깥쪽 코스에 배트가 나갔다, 하지만 허프가 던진 공은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이었고, 필은 타이밍을 빼앗긴 채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5회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도 돋보였다. 대타 김주형과의 승부에서 순간적으로 패스트볼 제구력이 흔들려 스트레이트 볼넷을 범해 1사 1, 2루로 몰렸다. 그러나 곧바로 패스트볼 제구력을 회복, 안치홍을 2루 땅볼, 김선빈을 중견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바로 전 볼넷을 범한 투수라 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로케이션에 패스트볼을 넣었다.
강한 멘탈도 증명했다. 동료 야수들이 연이은 주루사를 범해도 흔들리지 않았다. 1회부터 3회까지 베이스러닝 실수에 의해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음에도 허프는 평정심을 유지했다. 구심의 콜에 과민 반응하는 모습도 전무했다. 그야말로 ‘빅게임 피처’ 그 자체였다.
이대로라면 LG는 오는 10월 10일로 예정된 와일드카드 1차전에 허프를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와일드카드 상대는 KIA가 될 확률이 높은 상황. 허프와 양현종이 다시 만날 수 있는데, LG는 준플레이오프를 향한 희망을, KIA는 허프란 부담을 안고 와일드카드 1차전에 임할 듯하다. / drjose7@osen.co.kr
[사진] 광주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