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리그 사이영상에 도전하고 있는 카일 헨드릭스(27, 시카고 컵스)가 평균자책점을 1점대까지 낮췄다.
헨드릭스는 27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7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팀의 12-2 대승 속에 시즌 16승(8패)를 올린 그는 평균자책점도 1.99로 낮췄다. 현재까지 186이닝으로 200이닝 도달은 어렵지만, 올해 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칠 가능성이 있는 선발이다.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가 2013년과 2014년에 2년 연속으로 해내면서 희소성이 조금 사라졌지만, 선발투수의 1점대 평균자책점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는 기록이다. 커쇼 이전에는 2005년의 로저 클레멘스(당시 휴스턴 애스트로스, 1.87)가 마지막이었는데, 이 역시 약물의 힘을 빌린 것이라 뺀다면 2000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스(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1.74)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헨드릭스는 이날 역시 평소와 마찬가지로 빠른 공의 구속이 주로 80마일대 후반이었지만,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가 심해 타자들이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없었다. 여기에 체인지업과 커브도 적절히 섞으며 타이밍을 효과적으로 흔들었다.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팀 동료인 좌완 존 레스터다. 레스터는 헨드릭스보다 2경기 많은 31경기에서 19승 4패, 평균자책점 2.28을 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2위지만 승수와 이닝(197⅔)에서 우위를 보인다. 자신에게 투표권이 있다면 헨드릭스에게 던지겠다는 뜻을 밝혔을 만큼 동료애도 투철하다.
그러나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한다면 헨드릭스에게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 매리너스)는 지난 2010년 13승(12패)에 그치고도 2.27이라는 낮은 평균자책점을 앞세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한 바 있다. 물론 에르난데스의 경우 249⅔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에서는 헨드릭스와 차이가 꽤 난다.
컵스가 6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헨드릭스와 레스터 모두 한 번씩 등판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지구 우승을 달성하고 100승까지 이룬 상황인 만큼 조 매든 감독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두 투수 모두 추가 선발 기회를 갖게 되면 사이영상 구도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피츠버그=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