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혁수 코치, “LG 외야진 앞으로 더 좋아진다”(일문일답)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9.27 10: 20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외야가 넓은 잠실구장을 소화해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이 선다. 우리 외야진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LG 트윈스에 있어 외야진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2015시즌까지 LG는 두 이병규와 박용택, 이진영 좌타자 4인방으로 외야진을 구축했다. 이들 모두 맹타를 휘두르며 수 년 동안 팀 공격을 이끌었다. 타선의 중심을 잡았고, 정교한 타격으로 꾸준히 찬스를 살렸다.
하지만 수비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간이 흐르면 베테랑 선수들의 외야수비 범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강견도 부족했다. 좌중간이나 우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빈번했다. 단타가 2루타로, 2루타가 3루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게 이래저래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외야진 리빌딩이 불가피한 상황. LG는 2015시즌을 앞두고 한혁수 코치를 영입하며 외야진 재편에 시동을 걸었다. 멀고 험난한 길이 펼쳐질 것 같았으나, 벌써부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외야진 리빌딩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현재 LG는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를 자랑하는 선수들로 외야진이 채워졌다. 타석에서 정교함은 이전보다 떨어지지만, 타격 역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시즌 후 외야수로 포지션을 전향한 채은성 김용의 문선재를 비롯해 약 7년 만의 배트를 잡은 이형종,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천웅이 외야진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한혁수 코치를 만나 그동안의 과정을 들었다. 다음은 한혁수 코치와 일문일답.
-2015시즌을 앞두고 LG에 왔고, 곧바로 외야수비를 담당했다. 당시만 해도 외야수비에 익숙하지 않은 선수들이 많았다.      
“많은 선수들이 내야에서 외야로 전향하는 첫 시점에 있었다. 2015년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기초부터 만들어야 했다. 외야 스탭부터 가르쳤다. 선수와 나 모두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선재와 용의는 스타트를 반대로 끊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인내와 훈련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하다. 언젠가부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언제부터 확신이 들었나?
“작년 후반기부터였다. 좋은 모습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2015시즌을 보내고 올해 정도 되면 상당히 좋아지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외야수 모두가 한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다들 2자리 이상, 심지어 3자리를 소화하는 선수도 있다.
“처음부터 감독님께 팀 운영을 위해서라도 2자리 이상을 소화하게 만들겠다고 했다. 선수들에게도 2자리 이상을 하는 게 처음에는 힘들지만 나중에 너희에게 좋게 작용할 것이라 강조했다. 은성이와 천웅이의 경우, 처음에는 좌익수를 힘들어했다. 좌익수를 힘들어한 만큼, 우익수는 편하게 생각하더라. 그래도 좌익수 훈련을 시켰다. 실전에도 좌익수로 내보냈다. 좌익수를 보다가 우익수나 중견수로 출장하면 자신감이 확실히 커지더라. 이제는 좌익수 자리서도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단기간에 이렇게 빨리 선수들이 성장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외야진 전체가 이렇게 한 번에 바뀐 경우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외야 수비를 지도하는 데 있어 특별한 노하우가 없으면 이뤄지기 힘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복 받은 코치다. 훈련량을 많이 가져갔음에도 선수들이 정말 잘 따라줬다. 미국 스프링캠프는 물론, 지난해 고치 마무리캠프서도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그리고 모든 외야수들이 훈련한 만큼 성장했다. 특히 형종이의 성장속도가 정말 빨랐다. 형종이는 좌익수와 우익수 두 자리를 벌써 소화하고 있다. 타고난 센스가 있다. 받아들이는 게 빠르다. 기대가 큰 선수다. 앞으로 중견수까지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부분이 있었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꾸준히 강조했다. 실수했다고 뭐라고 한 경우도 없었다. 지난해부터 실수를 많이 해야 올해 편해진다고 했다. 선수 개개인에게 ‘지금은 과정이다. 당장 안익훈처럼 될 수는 없다. 많이 실수해야 좋아질 것이다. 스타트를 잘못 끊더라도 과감하게 눈치 보지 말고 타구를 쫓아가라’고 했다. 사실 수비는 멘탈적인 부분이 크다. 물론 타고난 면도 있다. 그래도 선재 은성이 용의는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여기까지 왔다. 정신력이 강한 선수들이다.”
-최근에는 어떻게 수비 훈련을 하나?
“요즘에는 따로 수비 훈련 일정을 적어 놓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선수들 스스로 그라운드에 일찍 나와서 훈련한다. 홈경기 때 모두가 10분씩 더 투자하고 있다. 재미와 흥미가 수비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이제는 즐겁게 외야수비에 임하고 있는 것 같다. 과감한 모습도 수비에 재미를 느껴야 나온다. 얼마 전 천웅이의 수비도 그랬다. 좌익수 자리에 부담을 느꼈다가 이제는 재미있어하고 있다. 그만큼 멘탈이 중요하다.”
-수비하는 모습을 보면 각자 차이가 있다. 안익훈처럼 타구를 시야에 넣지 않고 스타트를 끊는 선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타구를 바라보는 선수도 있다. 
“선수들 모두 다른 장단점이 있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식으로 개인에 맞춰서 다르게 가르쳤다. 선재와 용의의 경우, 처음부터 공을 안 보고 쫓아가기는 힘들었다. 공을 꾸준히 지켜봐야 낙구지점이 나왔다. 그런데 선재와 용의 둘 다 주력이 있다. 스피드를 믿고 움직이라고 가르쳤다. 계속하다보면 공을 안 보고 낙구지점을 찾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했다. 작년까지는 타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따라갔었다. 올해는 타구를 안 보고도 스타트를 끊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강견들로 외야진이 채워진 것도 큰 수확이다.
“예전에 SK에서 작전코치할 때 LG를 상대하면 무조건 돌렸었다. LG에 오고 나서는 LG가 강해지기 위해선 상대의 베이스를 막는 게 꼭 필요하다고 봤다. 선재 용의 천웅이 은성이 형종이 모두 어깨가 좋다. 이제는 베이스를 더 내주지 않는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감개무량하다는 느낌도 들 것 같다.
“그렇다. 솔직히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잠실구장이 홈이라 더 두려웠다. ‘과연 될까?’하는 걱정도 했다. 그래도 선수들과 대화를 통해 가까워졌고,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줬다. 가장 기분이 좋은 것은 이제는 선수들 모두가 과감하게 수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타구를 잡든, 잡지 못하든, 과감하게 두려움 없이 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다.” 
-올 시즌 거의 모든 선수들이 실점을 막는 호수비를 펼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비가 있다면?
“용의가 잠실경기에서 좌중간 타구 잡아준 것. 은성이도 좌익수 경험이 없는데 좌익수 자리에서 호수비했다. 천웅이 또한 한가위 잠실경기 승부처에서 다이빙 캐치를 해냈다. 딱 하나만 꼽기 힘들다. 모든 외야수가 각각 기억에 남는 명수비를 해줬다. 하지만 여전히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외야수들은 내년은 물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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