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일 이하 휴식 선발 리그 최다 70G
선발-구원 경계 허물었으나 결과는 실패
한화의 2016시즌이 실패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마운드에 있다. 마운드 구성부터 운용까지 모든 게 헝클어졌다. 4일 이하 휴식 선발등판에서 한화 마운드가 올 시즌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알 수 있다.
한화는 27일 대전 두산전 선발투수로 파비오 카스티요를 예고했다. 지난 22일 대전 NC전에서 구원으로 3⅔이닝 51구를 던진 뒤 4일을 쉬고 다시 선발등판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일반화돼 있는 4일 휴식 5일째 선발등판 로테이션을 감안하면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는 다른 팀들에 비해 월등히 4일 이하 휴식이 많았다. 27일 선발로 예고한 카스티요까지 포함하면 시즌 138경기에서 무려 70번이나 선발투수들이 4일 이하 휴식을 갖고 마운드에 올랐다. 전체 경기의 절반이 넘는 비율로 선발진을 타이트하게 운용했음이 드러나는 기록.
다른 팀들이라고 해서 4일 이하 휴식 등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KIA 37경기, LG 32경기, NC 28경기, 삼성 23경기, 두산·롯데 22경기, SK 20경기, 넥센 19경기, kt 12경기로 한화는 다른 팀들에 비해 두 배 이상 압도적으로 많았다. 3일 휴식 10경기, 2일 휴식 6경기, 1일 휴식 2경기에 휴식없이 전날 경기에 던진 투수가 이튿날 선발로 나선 것도 3경기 있다.
선발투수의 일정을 당긴 것은 물론이고 로테이션 순서를 바꾸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선발-구원의 벽을 허문 마당에 제대로 로테이션이 굴러갈 수 없었다. 결과라도 좋으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갈지 모르지만 4일 이하 휴식 성적도 나빴다. 총 69경기 29승39패1무 승률 4할2푼6리로 시즌 승률(.455)보다도 낮다.
그마저도 선발투수의 힘으로 이긴 경기는 반도 안 됐다. 16명의 투수가 4일 이하 휴식을 갖고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14승27패 평균자책점 6.33에 그쳤다. 리그 최다 13번의 4일 이하 휴식 선발등판한 송은범은 1승6패 평균자책점 6.69로 고전했다. 이태양(1승1패·4.68)과 장민재(5승2패·2.57)가 각각 9경기와 8경기에 4일 휴식으로 나서 좋은 결과를 냈지만,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란 점에서 불안요소는 늘 있다.
시즌 초반 에이스로 활약한 알렉스 마에스트리도 4일 휴식 4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9.42로 무너졌다. 카스티요 역시 5일 이상 쉬고 선발로 나선 8경기에는 2승 평균자책점 4.41로 활약했지만 4일 이하 휴식에는 2승2패 평균자책점 8.60으로 난타 당했다. 카스티요는 구원 후 선발도 3경기 포함됐다.
도박야구로 총력전을 선언한 9월 이후 한화는 고정 선발이 사라졌다. 선발로 나온 8명의 투수 모두 구원으로 투입됐다. 투수들은 확실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며 여기저기 분주하게 옮겨 다녔다. 다른 팀들의 투수들과 다르게 체력적으로 지칠 뿐만 아니라 선발등판 준비 과정이 생략되고, 역할 인식도 흐릿해졌다.
투수 출신 야구인은 "이런 식의 운용으로 짧게는 버틸 수 있어도 장기 레이스에선 무모하기 짝이 없다. 한화 투수들도 전날 선발이 정해지거나 갑지가 불펜 대기를 명받는 등 갑작스런 등판 통보에 힘들어 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등판 일정에 혼란스러워한다"고 귀띔했다.
아무리 투수가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구성조차 맞추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한 팀이 포스트시즌을 넘볼 순 없는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