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카타르-이란과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설 23명의 주인공이 베일을 벗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 4차전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내달 6일 카타르(수원)와 3차전을 치른 뒤 이란 원정길에 올라 11일(테헤란) 4차전을 벌인다.
중국, 시리아와 1, 2차전서 1승 1무의 아쉬움을 삼켰던 슈틸리케 감독은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과 김신욱(전북)을 최전방 공격수로 낙점했다. 좌우 풀백 자원은 기존 이용(울산)과 오재석(감바 오사카)에 정동호(울산)와 홍철(수원)이 새롭게 가세했다.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서울)도 재발탁됐고, 김보경(전북)도 오랜만에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 엔트리 논란과 배려는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시리아와 최종예선 1, 2차전 명단을 단 20명만으로 꾸렸다. 돌아온 후폭풍은 거셌다. 안방에서 중국을 간신히 이기고, 시리아와 비기는 등 내용과 결과 모두 아쉬움을 남겼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슈틸리케 감독은 23명이 다 뛰지 못하고, 새 소속팀 적응을 돕는다는, 여러가지 배려 차원의 이유로 '23명'이 아닌 '20명'만을 선발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슈틸리케 감독도 실수를 인정했다. "가장 큰 실수는 23명의 선수를 소집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20명 혹은 23명을 소집하느냐에 따라 경기력과 실수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23명을 뽑으면서 향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다."
'베테랑' 곽태휘(서울)를 뽑지 않았던 것도 실수라고 했다. 그는 "새 소속팀인 서울서 훈련하고 몸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소집을 안했는데 중국-시리아전을 통해 뛰든 안 뛰든 곽태휘 같은 베테랑이 팀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를 부르지 않은 건 실수였다"고 돌아봤다.
▲ 기강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기강 잡기에 나섰다. 그는 소속팀서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는 손흥민(토트넘)에 대해 "선수 평가는 경기력과 외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지금 경기력은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 소속팀 활약이 본인의 자신감 상승에 도움이 되고, 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예상했던 대답에 뒤이어 나온 발언은 뜻밖이었다. "손흥민의 외적인 행동은 간혹 문제가 있다. 지도자도 때로는 팀 분위기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불손한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
손흥민은 중국과 최종예선 1차전서 후반 44분 교체 아웃되자 물병을 강하게 걷어 차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앞서 스페인과 평가전서는 수건을 집어던졌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이 '월등한 기량'과는 별개로 손흥민에게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뿐만 아니라 '캡틴' 기성용(스완지 시티)과 핵심 자원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을 비롯한 선수단 전체에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성용과 이청용도 소속팀 감독과 문제가 있었다. 난 항상 한국 선수들의 긍정적 자세와 규율 있는 자세를 칭찬하고 다니지만 이런 행동은 본인과 한국 축구의 위상에 도움이 될 게 없다.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경기장 밖보다는 안에서 모든 걸 쏟아붓는 선수를 보고 싶다."
▲ 넘치는 최전방-풀백 자원
1, 2차전서 최전방-풀백 전문요원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트라이커 석현준을 '새 팀 적응'을 이유로 뽑지 않았다. 전문 풀백 요원도 부족했다.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중국전 우측 풀백으로 나섰지만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3, 4차전을 앞두고 칼을 빼들었다. 석현준과 함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1년 2개월 만에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전천후 공격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린 황의조(성남)까지 최전방 자원이 풍부해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은 석현준, 황의조와는 또 다른 유형의 스트라이커다. 시리아전과 같은 경기서 큰 키를 활용한 득점 루트를 만들 수 있어 기대하고 있다. 지동원까지 3명의 다른 스트라이커 옵션이 있다"고 했다.
풀백 자원도 넘쳐난다. 이용과 오재석에 정동호와 홍철이 경쟁자로 가세했다. 특히 좌측 풀백 전문요원인 홍철의 발끝에 시선이 쏠린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측이 본업인 오재석을 1, 2차전 모두 좌측에 세웠지만 기대와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홍철은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왼발잡이 풀백이다. 우리의 점유율 축구에 큰 역할을 해야 한다. 오재석이 징계로 카타르전에 나오지 못해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정동호는 양 쪽을 다 뛸 수 있다"고 기대했다./doly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