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넘치는 배팅을 앞세운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전날 약간의 차이로 넘기지 못한 타구의 아쉬움을 하루 만에 홈런으로 덮었다.
강정호는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5-5로 접전을 벌이고 있던 7회말 2사 1루에 나와 볼카운트 3B에서 우완 코다 글로버의 싱커(96.5마일)를 걷어올려 좌측 펜스를 넘겼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한 시즌 20홈런 달성 순간이었다.
전날 홈런 대신 2루타에 만족해야 했던 아쉬움도 털어냈다. 강정호는 25일 워싱턴전에서 8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 우완 레이날도 로페스의 포심 패스트볼(96.5마일)을 받아쳐 가운데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날린 바 있다.
하루 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빠른 공을 쳐 장타를 뽑아냈다. 공의 성격(구종)은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패스트볼 계열이라는 점은 같았고, 구속이 96마일보다 빨랐다는 것도 공통점이었다. ‘강속구 킬러’로 명성이 자자한 강정호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 들어온 빠른 공을 이번에도 놓치지 않았다.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날린 강정호에게 전날의 2루타는 홈런의 신호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도 나왔다. 상황은 1사 1, 3루. 조디 머서는 포수 파울 플라이를 쳤다. 아웃카운트가 하나 추가됐다. 그대로 끝날 것 같던 플레이는 1루 주자 강정호가 갑작스럽게 2루에 뛰면서 긴박해졌다. 포수 호세 로바톤이 급히 2루에 던지자 강정호는 멈춰섰고, 그 사이 3루에 있던 매커친은 홈에 뛰어들었다. 공은 다시 홈으로 왔지만 매커친이 먼저 들어오며 3-3 동점이 됐다.
무사 만루에서 2점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피츠버그는 발로 1점을 추가했다. 강정호가 무리해서 2루에 슬라이딩하며 들어갔더라도 아웃 타이밍이었지만, 정지하며 3루 주자가 들어올 기회를 열어준 선택이 좋았다. 전적으로 주자들의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었고, 그래서 타자 머서에게는 타점이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투런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을 올린 4번타자 강정호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피츠버그는 마운드가 무너지며 7-10으로 패했다. 2연패로 77승 78패가 된 피츠버그는 가을잔치에서 한 걸음 더 멀어졌다. /nick@osen.co.kr
[사진] 피츠버그=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