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23, 넵스), 김지영(21, 올포유), 양채린(21, 교촌F&B)이 팀을 이룬 마지막 조가 18번홀을 시작하기 전, 2016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의 리더보드는 10언더파의 정희원(25, 파인테크닉스)을 정점으로 김세영, 김소이, 김해림, 양채린이 1타 뒤진 9언더파로 에워싸고 있었다.
다른 3명의 선수는 이미 경기가 끝났고 연장 승부의 열쇠는 양채린이 쥐고 있었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 투어에 뛰어 들었지만 아직 우승이 없던 양채린이다. 파3 18번홀 티샷을 핀 옆 4.5미터 거리에 올린 뒤 차분하게 퍼터를 움직였다. 공은 지체없이 구르기를 시작하더니 홀컵 속으로 뚝 떨어졌다. 정희원과 양채린의 연장 승부는 그렇게 시작 됐다.
양채린의 생애 첫 우승에 맞서는 정희원은 2012년 9월 KL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뒤 4년만에 통산 2번째 우승에 도전하고 있었다.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올린 뒤 4년간 침묵하고 있던 정희원이다.
파3 18번홀에서 진행 된 연장 1, 2라운드를 파로 마치고 세 번째 라운드로 들어갔다. 양채린과 정희원은 2번째 라운드와 비슷한 위치에 티샷을 올려 놓았다. 정희원의 퍼터가 더 멀기는 했지만 양채린은 프린지에서 퍼팅을 해야 했다. 그러나 정희원의 공은 홀을 그냥 지나쳐 버렸고, 양채린의 공은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양채린이 25일 엘리시안 강촌 컨트리클럽(강원도 춘천, 파72, 6,527야드)에서 열린 제 7회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총상금 6억 원, 우승상금 1억 2,000만 원) 최종라운드에서 여자 골프 세계 랭킹 6위 김세영(23, 미래에셋), 10위 박성현(23, 넵스)의 높디높은 벽을 넘고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2라운드 성적 공동 3위였지만 챔피언조에 편성 돼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양채린은 전반 나인홀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보기도 3개가 있었다.
양채린은 후반홀 시작과 함께 다시 기운을 냈다. 10, 11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권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극적인 순간은 18번홀에서 벌어졌다. 천금 같은 버디로 정희원과 연장승부를 만들어 냈다.
지난 7월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준우승자인 정희원은 미래에셋대우 클래식에서도 어렵게 찾아온 우승 기회를 잡지 못하고 눈물을 삼켰다.
후원사 주최 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김세영은 세계 랭킹 6위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줬다. 공동 8위의 자리에서 최종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장기를 이번 대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파3 4번홀 보기는 오히려 김세영의 오기를 발동시켰다. 7번홀부터 버디 사냥을 시작해 4개 버디를 만들어 냈다. 9언더파까지 쫓아가며 먼저 경기를 끝내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정희원을 마지막까지 위협했다. 그러나 남은 홀이 더 없는 게 아쉬웠다.
김세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따라 주지 않아 아쉽지만 우승은 하늘의 뜻이지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지 않는가? 오랜만에 한국 팬들과, 친한 동료들과 만나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퍼팅 감각도 나쁘지 않았는데, 홀에 들어갔다 생각한 공이 스쳐 지나간 게 많았다. 그린 스피드와 핀 포지션이 압권이었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이날 악몽 같은 하루를 보냈다. 첫홀 보기를 2번홀에서 버디로 만회할 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이후 홀에서는 퍼터가 말을 듣지 않았다.
6번홀에서 또 보기를 범하고 14번홀부터는 3홀 연속 보기 수렁에 빠졌다. 급기야 17번홀에서는 더블 보기까지 기록했다. KLPGA와 LPGA를 오가는 살인적인 일정으로 인한 피로도가 원인으로 분석 됐다. 박성현은 경기 후 “전반까지만 해도 샷감이 괜찮았는데, 후반 홀에서 갑자기 떨어진 샷감을 되찾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