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외야수 김호령이 최근 타격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4일 현재 타율 2할 6푼 8리를 기록 중이다. 작년 2할 1푼 8리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그러나 한때 3할 타율에서 2할 대 후반의 타율을 꾸준히 유지하다 최근들어 급격히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올해 타격 사이클을 보면 기복이 있었다. 4월 말 부터 가세해 5월 3할 3푼 3리를 기록하며 작년과는 달라진 타격을 했다. 6월 2할 8푼에 이어 7월은 2할 7리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8월 3할 5리로 기력을 회복하는 듯 했다. 그러나 9월은 1할 6푼 1리, 올들어 최저 타격을 했다.
작년의 모습이 보인다. 삼진율이 높아지고 있고 선구안도 나빠졌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떨어졌다. 스윙 빠르기도 무뎌진 게 눈에 보일 정도이다. 정타를 제대로 때리지 못하고 파울이 되기에 십상이다. 올해 타격 능력이 좋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이유를 살펴보면 지쳐 있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훨씬 많은 117경기 491타석을 소화했다. 시즌 막판에 체력이 떨어진 것은 당연하다.
또 다른 요인은 수비력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김호령은 국내 중견수 가운데 가장 폭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고 있다. 동물적인 타구 판단, 최고의 가속력, 안정된 포구, 강한 어깨까지 갖췄다. 타구를 따라가는 모습은 마치 드넓은 초원에서 사냥감을 쫓는 치타를 보는 듯하다. 때문에 상대 타자들을 좌절시키는 안타 지우기 능력은 최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는 사실상 KIA 외야의 50% 이상을 담당한다. 때문에 좌익수, 혹은 우익수가 처리할 수 있는 타구까지 걷어내는 경우가 많다. 이 타구 저 타구 모두 쫓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리고 몸을 던진다. 안타가 되는 타구들도 타자와 주자들의 진루를 막기 위해 전력 질주해 처리한다. 폭발적인 힘을 자주 내다보니 시즌 막판에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실 KIA로서는 김호령의 뛰어난 수비력을 포기하기 힘들다. 수비 범위를 줄일 수도 없다. 슈퍼 캐치 덕택에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았다. 김 감독이 타격 부진에 빠져도 선발 라인업에서 빼지 않는 이유였다. 결국은 포구할 수 없는 타구에 대한 적절한 판단과 시즌을 끄덕없이 완주할 체력을 키워야 한다. 타격에서는 선구안과 커트 능력도 더 키워야 한다. 그래야 내년에는 '3할 슈퍼 외야수 김호령'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sunny@osen.co.kr